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다시 만날 것"이라며 2차 미·북 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발표했다. 북핵 폐기를 위한 미·북 정상회담이 작년 연말 이후 계속 미뤄져 오다가 마침내 열리게 됐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회담이 성사되는 모양새가 찜찜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개최를 예고하던 그 시간에 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미국의 실무 협상팀이 평양으로 향하고 있었다. 회담 일정이 먼저 정해진 다음 회담 준비가 시작된 것이다. 1차 회담 때도 그랬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둔 실무 접촉에서 북은 북핵 폐기 조치를 하나도 안 내놓고 버텼다. 날짜를 박아 정상회담 개최를 먼저 발표한 미국은 북 하자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싱가포르 합의문에 '미·북 관계 정상화'와 '평화 체제 구축'이 먼저 나오고 회담 목적인 '비핵화'가 뒤로 밀린 이유다. 비핵화 세부 사항을 따지는 실무 협상은 피하고 즉흥적인 트럼프를 상대하려는 북한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북한은 이후 미국이 비핵화를 요구할 때마다 "미국은 싱가포르 초심을 지켜라"고 큰소리를 쳤다. 2차 회담도 똑같이 흘러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도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에 지친 것 같다"면서 회담 낙관론을 폈다. 김정은이 경제난 타개를 위해 비핵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그 상응 조치로 대북 제재 고삐를 풀어주는 거래를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미국 관계자들 입에서 "비핵화가 끝날 때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한·미 방위비 협상이 합의점을 찾았다는 소식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회담에서 주한 미군 카드를 흔들 핑계가 줄어든 셈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도 "주한 미군 철수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때도 참모진과 사전 협의 없이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불쑥 선언했었다. 이번에도 돌발 선언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난 한 해 동안 북한은 말로만 '비핵화 의지'를 떠들었을 뿐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한 걸음도 떼지 않았 다. 미 정보 수장들은 "북한 지도자들은 정권 생존을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고,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시설을 여러 곳에 분산시키는 증거를 찾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미·북 실무회담과 정상회담은 북으로부터 핵 폐기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한 실질적인 약속을 받아내야만 의미가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06/20190206014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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