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서 美北 실무협상… NYT "핵동결하는 방안 논의"
폼페이오 "비핵화, 긴 과정이란 것 알아"… 장기전 시사
 

2차 미·북 정상회담 의제인 북한 비핵화와 미측 상응 조치를 논의하는 스웨덴 실무 협상은 21일 마무리됐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22일까지 스웨덴에 체류하는 만큼 최대 3박 4일간의 협상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하루 일찍 끝난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북 실무 대표가 첫 상견례를 가진 데 의의를 둬야 할 것 같다"며 "향후 2차 정상회담 전까지 미·북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실무 협상을 계속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번 사전 접촉에서 비건 미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 최선희에게 1단계 조치로 '비핵화 협상 중 핵연료·핵무기 생산 동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자 미국이 '임시 동결' 카드로 일종의 시간 벌기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이는 자칫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현지 시각) 2차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 협상이 열린 스웨덴 브로의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센터에서 한국 대표단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나오고 있다.
협상장 밖으로 나오는 차량, 누가 타고 있을까 - 21일(현지 시각) 2차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 협상이 열린 스웨덴 브로의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센터에서 한국 대표단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량이 나오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곳에서 사흘간 협상을 벌였다. /연합뉴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20일(현지 시각) "미국이 2차 정상회담 사전 접촉에서 북한에 비핵화 협상 중 핵연료와 핵무기의 추가 생산 중단을 요구했다"며 "지난 19일 시작된 스웨덴의 실무접촉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도 19일 미·북 협상과 관련해 브리핑을 받은 다른 나라 관리를 인용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북한이 핵연료와 핵무기 생산을 동결할지가 북한과 논의 중인 한 가지 주제"라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 18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항상 비핵화가 긴 과정이 될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그 위험을 줄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확장 능력을 줄이길 원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협상 장기전에 대비해 일차적인 초점을 핵 동결에 맞추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만 중단하고, 실질적인 핵 무력 증강을 위한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미 NBC방송은 지난해 말 "현재의 생산 속도라면 북한이 2020년까지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도 이날 프랑스 파리 국제관계연구소 강연에서 "북한은 (핵보유국인) 파키스탄 모델로 가려고 한다"며 "가급적이면 핵을 가지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그러나 (북한은) 핵을 가지면 결국 경제적 번영을 못 이룬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대화와 협상으로 나오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선심 쓰듯 '임시 동결'에 응할 순 있지만 이에 대한 신고·사찰·검증에 성실히 응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NYT에 "과거 협상은 검증 문제 때문에 무너졌다"며 "핵 프로그램을 진정으로 동결하고 있는지에 대한 북한의 말을 누가 믿겠느냐"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동결 이후의 프로세스를 담은 비핵화 로드맵이 없으면 북이 동결에 응해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북한이 아무 대가 없이 선뜻 '임시 동결'에 응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도 문제다. 북한은 신고·사찰·검증의 과정을 잘게 쪼개 단계마다 제재 완화, 주한미군의 규모·역할 변경과 같은 상응 조치를 대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은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끌어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2/201901220029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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