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미·북 협상에 대해 "미국에 대한 위험을 줄여나갈 많은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미국 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말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에서 단 하나의 변화도 없다"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미 국민의 안전을 우선 확보하는 선에서 적당한 타협을 이룰 가능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북한 비핵화' 대신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라는 표현도 쓰기 시작했다.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는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말하는 것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셧다운에다 FBI의 러시아 관련 수사 개시 등 사방에서 곤혹스러운 처지에 있다. 작년 싱가포르 쇼와 같은 이벤트를 벌이려고 서두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느닷없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즉흥적으로 발표했었다. 현 상황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면 북이 ICBM을 폐기하는 대가로 한국 방위에 결정적 타격을 가하는 거래를 해버릴지 모른다. 주한 미군 주둔을 미국 예산 낭비로 여기는 사람이다. 안 그래도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때문에 트럼프의 기분은 상해 있다. 대북 제재를 사실상 휴지로 만들 수도 있다. 북핵 폐기는 그날로 물 건너가고 한국만 북의 중단거리 핵미사일에 인질이 되고 만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 ICBM 폐기를 언급한 것이 폼페이오의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교부 장관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제재 우회로에 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주일 미군은 홈페이지에 북을 '핵보유 선언국'으로 분류했다. 북 ICBM과 대북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것은 북의 오랜 핵보유 전략이었다. 이 거래는 절대 안 된다고 막아야 할 한국 정부는 오히려 이를 거들고 있다. 북핵 아래에서의 평화는 평화가 아니고 안전이 아니다. 한국 국민 안전은 누가 챙기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4/20190114028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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