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1월 김일성이 중절모에 까만 코트를 입고 6·25 이후 첫 방중 길에 올랐다. 저우언라이 총리가 국경까지 달려나가 손을 잡았다. '동북왕' 가오강과 국방부장 펑더화이도 국경 기차역에서 영접했다. 중국 지도부는 김일성을 최고 국빈으로 모셨다. 국·공 내전 때 김일성이 무기를 대주고 부상병과 군인 가족을 돌봐줬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김정은이 엊그제 4차 방중에서 66년 전 김일성과 똑같은 옷차림을 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일곱 중 시진핑 주석과 왕후닝 서기 둘만 김정은과 밥을 먹었다. 김정일 때만 해도 상무위원 전원이 회담이나 식사 자리에 나왔다. 김정은은 중국에 네 번이나 갔지만 한 번도 그런 경험을 못 했다. '상하(上下) 의전'의 시작이다. 
 
[만물상] 시진핑 말 받아적는 김정은

▶중국 CCTV가 북·중 정상회담을 방영하면서 김정은이 시진핑의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을 일부러 서너 차례나 보여줬다. 마치 중국 주석의 훈시를 지방관이 메모하는 광경을 떠올리게 했다. 북에서 신(神)이나 다름없는 김정은이 누구 말을 받아 적는 장면은 상상도 할 수 없다. CCTV는 김정은이 시 주석의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는데, 그 환대와 관심 부분을 '관화이(關懷)'라고 표현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보이는 관심과 배려에 감사했다는 뜻이다. 김정은을 슬쩍 '아랫사람'으로 만들었다.

▶중국은 한국에도 그렇게 하고 있다. 주한 대사는 하급직을 보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를 두 차례나 테이블 하석(下席)에 앉혔다. 홍콩 행정장관이나 지방관이 주석에게 보고하는 자리 배치였다. 그 무렵 방중한 일본·베트남·라오스 특사는 시 주석과 대등하게 나란히 앉았다. 심지어 방중한 문 대통령까지 노골적으로 홀대받았다. 길들이려는 시도가 명백한데도 우리 정부는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드 3불(不)로 주권까지 양보했다. 한국 정권은 중국 공산당의 혁명과 통치에 환상을 가졌던 사람들이다.

▶'시 황제' 소리를 듣는 시진핑은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 '는 역사관을 피력한 사람이다. 중국은 1861년 외교 전담 부서를 만들기 전까지 주변국과 동등한 관계로 마주 앉은 적이 없다. 중국이 패권을 추구할 때 한반도가 어떤 운명을 겪었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한국과 북한 모두 제 발로 중국 밑으로 기어 들어가는 형국이다. 앞으로 중국 TV가 시진핑 앞의 한국 대통령을 어떤 모습으로 방영할지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13/20190113021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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