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4차 訪中]
1시간 北中정상회담… 리설주, 오후 6시쯤 환영 연회장 들어가
"새 대북원조 계획 있나" 질문에 中외교부 "적절한 시기에 발표"
 

지난 7일 밤 10시 15분쯤 북·중 접경인 중국 단둥을 통과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별열차는 12시간 40여분 만에 베이징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녹색 바탕 차체에 노란 측면 띠를 두른 특별열차가 플랫폼으로 서서히 들어오자 역 주변 곳곳에 미리 포진했던 외신 카메라 기자들이 일제히 셔터를 눌렀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하기 세 시간여 전 중국 대외연락부가 방중 사실을 공식 발표한 덕분에 외신들은 열차의 주인이 누구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극비 방중을 되풀이했던 이전 방문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역을 나선 김 위원장 일행의 차량은 최고 의전을 상징하는 21대 사이드카의 호위를 받으며 베이징 도심을 가로질러 8일 오전 11시 16분쯤 중국의 국빈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약 5시간 뒤인 오후 4시를 지난 시각 댜오위타이 동문을 나선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은 4시 30분 인민대회당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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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떠나는 김정은… 동생 김여정도 기차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중국을 방문하기 위해 평양에서 특별 열차를 타고 떠나면서 배웅하러 나온 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김정은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붉은 점선)도 수행단에 포함됐다. /조선중앙TV

김 위원장은 앞선 세 차례 방중 때 모두 도착 첫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및 환영만찬을 가졌다. 이날도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한 시간에 걸쳐 정상회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6시쯤에는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환영 만찬 참석을 위해 인민대회당에 도착했다. 오후 6시 30분쯤 시작한 만찬은 10시 30분까지 무려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김 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시 주석이 성대한 축하연을 베풀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오후 7시 중국 CCTV 메인 뉴스에서는 김 위원장의 방중 첫날 모습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인민대회당 앞 천안문광장은 이날 오전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채 텅 빈 상태였다. 인민대회당, 댜오위타이 등 김정은의 주요 동선과 관련된 도로들이 수시로 통제되면서 이날 베이징 도심 곳곳은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중국이 이날 발표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기간은 7~10일이었다. 명목상으로는 3박4일이지만 열차 이동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1박2일 내지 2박3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3월 1차 방중 때도 전체 방중 기간은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3박4일이었으나 실제 베이징에 머문 시간은 만 24시간이었다. 당시 김정은은 베이징 도착 당일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 및 환영 연회를 가졌고 이튿날 '중국의 실리콘밸리' 베이징 중관촌을 둘러보고 댜오위타이로 돌아와 시 주석 내외와 오찬을 한 뒤 당일 오후 열차 편으로 귀국했다. 이미 두 차례 베이징을 찾았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는 베이징 이외 지역을 찾아 중국의 발전된 모습을 둘러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첫 방중 때 열차를 이용한 뒤 2·3차 방중 때 전용기를 이용했던 김 위원장은 이번 4차 방중에서 다시 특별열차를 이용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특별열차가 한 번 움직이면 이를 맞이하는 중국 측에선 엄청난 인원이 동원되고 열차 운행에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며 "더구나 이번엔 겨울철이라 관련 요원들의 고생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편 방중이 관행이 되는 듯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다시 열차를 탄 것은 예상 밖"이라고 말했다.

다시 열차 방중이 이뤄진 배경을 두고 김 위원장의 생일에 이뤄진 데다 북·중 수교 70주년인 2019년 김 위원장의 첫 해외 순방이라는 점에서 북·중 전통 우의를 강조하려는 중국의 환대에 맞춰 수행단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한 이날이 그의 생일이라는 점은 특히 북·중 양국 지도자의 친밀한 관계를 보여준다"고 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는 "중국이 김 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초청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특별히 답할 만한 내용이 없다. 북·중 양당·양국 간에 우호적인 교류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새로 운 대북 경제원조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북·중 고위층 회담 및 김 위원장 방중의 구체적인 성과와 관련해서 전할 소식이 있으면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겠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루캉 대변인은 또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대미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중국의 외교 자원은 풍부하다. 중국은 그 무슨 기교 같은 게 필요 없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09/201901090027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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