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군 당국, 북한 의식해 한미연합훈련 명칭 변경 검토
 

군 당국이 키 리졸브(KR)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현재 시행 중인 한·미 연합훈련의 명칭을 바꾸고 '연합'이라는 용어도 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한·미 동맹이라는 의미가 약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군사훈련도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한·미가 내년 예정된 연합훈련의 전체적 방향을 조정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아예 연합훈련 명칭을 변경하는 방안도 조율 중"이라고 했다. 합참과 한미연합군 사령부는 키 리졸브 연습을 '19-1 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19-2 연습'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9-1은 2019년 첫 번째 연습이라는 뜻이고, 19-2는 두 번째 연습이라는 의미다. 개별 훈련 성격은 배제한 가치 중립적 용어다. 이 같은 논의는 우리 군의 요구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연도에 따라 벌어지는 훈련·연습에 연번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연합 훈련이라는 의미가 소거된 셈"이라며 "사실상 연합적 훈련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 말로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합참은 변화된 용어를 실무자들에게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한·미 연합 훈련 현황
이에 따라 지난 6월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한·미 안보 동맹의 핵심인 연합훈련도 형해화(形骸化)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군사훈련 상당수는 유예되거나, 실제 기동 훈련 대신 도상 훈련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어 훈련 부실화 지적도 나온다.

군은 또 일상적으로 사용해왔던 '한·미 연합훈련'이라는 용어에서 '연합'이라는 말을 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한·미 연합훈련 용어 자체에는 '연합'이라는 말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군에서는 이 훈련들 앞에 '연합훈련'이라는 말을 통상적 수식어로 붙여왔다.

이와 같은 명칭 변경은 최근의 남북 화해 무드가 반영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내년 초 미·북 정상회담 등 각종 대화 관련 일정이 많은 상황에서 기존 한·미 연합훈련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의 명칭까지 바꿔가며 북한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과 함께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군이 연합훈련 용어를 바꾸려는 건 최근 양국 협상 과정에서 연합훈련의 성격이 대폭 변한 것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미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E)에 미군이 참가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년에는 독수리훈련에 미군 1만여명, 한국군 29만여명가량이 참석했지만, 내년에는 한국군 단독으로 훈련을 할 예정이다. 이처럼 향후 예정된 각종 연합 훈련에서 '연합'적 성격이 줄었기 때문에 용어도 바꿔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논리다. 또 영어 명칭이 아닌 한글 명칭을 사용해 훈련에 미국의 핵심 전략 자산이 동원된다는 뉘앙스를 없애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군사령부는 키 리졸브(KR) 연습은 '19-1 태극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은 '19-2 태극연습'으로 바꿀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한미군 일각에서 미군이 여전히 참여하는 훈련에 한글 명칭만을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표명해 최종적으로 '19-1연습' '19-2연습'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지난 2007년 연합전시증원(RSOI)연습을 키 리졸브로 바꿨다. 미군이 작명한 키 리졸브는 '주요한 결의'라는 뜻으로,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결의에 찬 의지 표현이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2008년부터 시행했던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은 '자유의 수호자'라는 뜻으로 우리 측이 작명했다.

군 안팎에서는 한·미 연합훈련의 명칭이 바뀌고, '연합훈련'이라는 용어마저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연합 훈련의 내용을 축소하는 것으로 모자라 굳이 용어까지 바꾼다는 건 지나치다"며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국적 불명의 훈련 이름이 탄생하게 된 셈"이라고 했다.

이와 같은 연합훈련의 형해화가 한·미 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미국 조야(朝野)에서는 북한 비핵화가 이미 실패했다는 얘기도 나오면서 북한 편을 드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며 "연합훈련 약화로 인한 물리 적 연결고리 해제가 한·미 동맹의 심정적 거리를 더욱 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핵 위협이 가시적으로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연합 훈련의 명칭이나 규모 등을 조정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군 관계자는 "용어만 바뀌는 것일 뿐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1/201812110023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