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흘에 하나 꼴로 생겨난 ‘김정은 환영단체’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노골적인 종북성향

김정은 답방 앞두고 문어발식 확장
"경찰이 감히 건드릴 수 있겠느냐" 비판도

종북성향 단체들이 본격적인 세(勢) 확장에 나섰다. 지난달에만 모두 7개의 ‘김정은 환영단체’가 출범했다. 나흘 마다 하나 꼴로 결성되는 셈이다. 이들은 김정은 팬클럽을 공개모집하거나, 북 체제에 비판적인 인사들에게는 테러에 가까운 집단협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백두칭송위원회 결성식./ 오종찬 기자

◇나흘에 하나 꼴로 생겨난 ‘김정은 환영단체’
지난달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북한식 ‘꽃술’이 등장했다. 김정은 환영단체 ‘백두칭송위원회의’ 결성식이었다. 집결한 70여명의 회원들은 꽃술을 흔들면서 "김정은" "김정은"을 연호했다. "만세"라는 환호성도 터졌다.

결성식에 참석한 이나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공동대표는 "통일을 위해 안위를 버리고 목숨을 걸겠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의지다.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응당 뜨겁게 열렬히 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두칭송위의 ‘몸통’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이다. 대진연은 백두칭송위에 이어 ‘대학생 실천단 꽃물결’(11월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남북정상회담 환영 청년학생위원회’(11월 26일)를 잇따라 출범시켰다. 이들 단체들은 도심 곳곳에서 행사·집회를 개최했는데, 몸통인 지도부는 겹치기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광화문 한복판에서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라고 외친 단체는 ‘위인맞이환영단(11월 26일 결성)’이다. 위인맞이환영단 김수근(35) 단장은 앞서 백두칭송위 결성식에 참석했다. ‘백두칭송위’와 ‘위인맞이환영’단이 같은 목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몸통’은 이적단체 논란이 일었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남측위)’다. 남측위 주도로 ‘서울시민환영단(11월 25일)’ ‘서울시민환영위원회(11월 29일)가 잇따라 출범했다. 김정은 방한을 환영한다는 취지는 같다.

구성원들의 정체가 모호한 종북성향 단체로는 ‘백두수호대’가 있다. 지난달 21일 결성 당시 백두수호대는 "평화 통일을 가로막는 이들을 제압하고, 분단적폐세력을 쓸어내겠다. 새 시대의 반민특위 전사가 되겠다"고 예고했다. 백두수호대 회원들은 검은색 선글래스로 신원을 감추는 특징이 있다.

김정은 환영단체들은 단체명(名)은 다르고, 활동하는 회원은 비슷한 ‘위장 계열사’ 형태를 띄고 있다. 이렇게 하면 "김정은을 환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공안 관계자들 분석이다.

단기간에 종북성향 단체가 급증한 이유는 뭘까. 공안검사 출신 고영주 변호사는 "김정은에 충성심을 보일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종북인사들이 실적경쟁에 나선 겁니다. 상부에서 의도적으로 여러 단체를 결성하는 것으로도 분석됩니다. 여러 단체를 문어발식으로 만든다면 수사기관 입장에서 당장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고 변호사 얘기다.

김정은 환영사업을 준비하는 정당도 있다. 통합진보당 후신인 민중당이다. 이상규 민중당 대표(전 통진당 의원)는 4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차원 환영단을 구성하여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을 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의 핵무력 완성과 남의 촛불혁명에 의한 정권교체로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며 "이미 당원들은 전국 곳곳에서 환영위원회를 만들어 환영 사업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2012년 7월 2일 제 19대 국회가 열린 가운데 이석기(사진 왼쪽)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이상규 민중당 대표(당시 통합진보당 의원)가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조선일보DB

"민족배신자의 최후 알 것" 北비판인사들에 집단협박
문제는 이들이 ‘환영’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북한 인권(人權)문제를 제기 하거나, 김일성 일가(一家)에 비판적인 인사들에게는 테러에 가까운 협박을 자행한다. 대표적인 희생자가 태영호 전 주영(駐英) 북한 공사다. 최근 결성된 백두수호대 회원들은 태 전 공사에게 집단적으로 협박 이메일을 보냈다.

백두수호대 회원들은 태 전 공사를 겨냥해 "당신은 민족 배신자의 최후가 어떤지 알고 있을 것" "한국보다 차라리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게 노력하는 북한이 낫다" "태영호씨가 얼마나 더 발악할지 기대된다" "자주통일을 방해 말라. 경고한다"고 일제히 협박했다.

이 단체는 ‘서울정상회담 방해세력’ 수배지를 만들어 뿌렸다. 여기에는 태 전 공사를 비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태 전 공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인지연 대한애국당 대변인이 포함됐다. 집단으로는 ‘태극기 부대’가 유일하게 방해세력으로 꼽혔다.
 
백두수호대가 제작한 서울남북정상회담 방해세력 수배 전단지./ 백두수호대 페이스북

광화문 한복판에서 김정은 팬클럽을 공개 모집한 ‘위인맞이환영단’은 모금활동에 나섰다.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 김정은 환영 광고를 내겠다는 것이다. 목표 모금액은 300만원이다. 이들은 "반드시 대한민국 광고판에 김정은 위원장님 환영 포스터를 게시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대학생 실천단 꽃물결’은 청와대 앞으로 달려갔다. "대북(對北) 제재를 철회하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30일 이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부는 어이없게도 대북제재를 계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철도·도로 연결 연내 착공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집단협박, 김정은·공산당 공개찬양 같은 명백한 범법(犯法) 행위를 왜 내버려 두느냐"는 반응이다. 시민 유지영(34)씨는 "김정은을 찬양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 때문에 집회 때마다 매번 투입되는 경찰력이 아깝다"고 했고, 또 다른 시민 김모(35)씨는 "집단으로 탈북자 린치를 가하는데 경찰은 왜 지켜만 보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3일 백두수호대 회원 6명이 대한애국당에 ‘최후경고장’을 전달하겠다며 서울 여의도에 나타났다./ 손덕호 기자

현재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백두칭송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는 지난달 12일 보수단체가 고발장을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태영호 집단협박에 나선 백두수호대, 공개적인 찬양·고무행위를 자행한 위인맞이환영단 수사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곤란하다"는 것이 경찰 입장이다.

야권(野圈)에서는 "대통령 눈치보느라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모든 국민이 쌍수로 (김정은을)환영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었다.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통령께서 온 국민이 김정은을 쌍수들고 환영할 것이라고 했는데, 경찰이 김정은 환영 플랜카드를 들고 환호하는 단체를 감히 건드릴 수가 있겠느냐"며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부정하는 종북단체에 대해서는 엄격한 법집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4/201812040201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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