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서울 방문에 정권 命運 건 듯한 분위기… 답방이 '마법'이라도 되나
경제·대외 여건 악화되는데 親與 세력까지 덜미 잡아… 멸시·조롱당하는 정부 될 수도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문재인 대통령이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과 김정은 서울 답방 문제로 노심초사하던 그 시간,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민노총 등 50여 단체가 '문재인의 역주행'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문 정부가 지금 안팎으로 당하고 있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명색이 G20 통상 회의인데 문 대통령은 통상에는 관심이 없는 듯이 북한 문제에만 매달리는 형국이었다. 그는 뉴질랜드로 가는 전용기에서 국정과 경제 문제에는 답변하지 않겠다며 자르고 오로지 김정은 답방을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데만 집중했다. 경제가 어찌 되건 김정은의 서울 방문에 정권의 명운을 건 듯한 분위기다.

김의 답방이 대한민국에 대단한 무엇을 가져올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문 정부가 나라의 경제 파국을 외면하고 북(北)에만 매달리면 문 정부는 머지않아 심각한 기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소득 주도 성장을 고집하는 한, 우리 경제는 회복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많은 소상공인이 문 닫을 위기에 있고 물가는 치솟고 청년 취직은 안 되고 미래는 어두운 상황이다. 거리엔 활기가 없고 사람들 얼굴엔 불안과 불만이 서린다. 김의 답방이 이것들을 해소할 무슨 마법이라도 되는가?

이런 상황에서 노동·농민·빈민 단체들은 "문재인 정권이 전 정권들과 다름없이 친재벌적으로 나간다면 과거와 다를 게 없다"며 문 정권을 '사기꾼'이라고까지 힐난했다. 어쩌면 문 정권을 '좌(左)프레임'에 묶어두기 위해 미리 못을 박는 견제인지도 모른다.

문 대통령이 몰두하고 있는 대북 문제도 제대로 풀릴 것 같지 않다. 중간선거를 치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북한 문제엔 느긋하다. 더 이상 북한 문제에 시급하게 매달릴 필요도 없어졌고 또 문 대통령의 '급한 마음'을 역(逆)으로 이용하는 듯한 기미마저 보인다. 북한은 문 대통령의 '실력'을 시험하려는 듯 대북 제재 완화에 박차를 가하라며 다그치다가 뒤에서 때리고 이간질하고 욕설을 해대는 이중 플레이를 한다. 저들이 남북 철도 연결 사업 조사에 응한 것은 대남 '미끼'를 걸어두는 용도일 뿐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허구다. 당사자인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를 단 한 번도 내비친 적이 없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의 전문가 누구도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할 것으로 믿거나 기대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를 선행 조건으로 말하지만 그것을 믿는 사람도 없다. 결국 문 대통령, 트럼프 그 밖의 세계 어느 지도자도 그리고 국내의 좌파에 이르기까지 비핵화를 장담하지 못한다. 북핵은 그냥 그대로 쭉 가는 것이다.

일반 시민의 정서는 비판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나라는 경제 파탄 위험으로 점차 차갑게 가라앉고 있는데 대통령은 외국으로 돌아다니며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가결한 대북 제재를 완화해달라고 사정하는 상황을 '나라 망신'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자동차·조선업의 실적이 수치상 잠깐 올라간 것(그것도 사실과 다른)을 두고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독려했다. '들어오는 물'이 없는데 '노만 젓는 꼴'이다.

문 대통령은 또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세계가 우리 경제 발전에 찬탄을 보낸다"고 했다. 어이가 없다. 마치 다른 나라에서 온 대통령인 듯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이것은 경제 사정이 나쁜 것 못지않은, 아니 그보다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참모들, 그것을 모르고 사실을 왜곡하는 대통령, 이쯤 되면 불쌍한 것은 국민이다.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고 외부 여건은 갈수록 막혀가는데 국내는 친여 세력마저 덜미를 잡으려고 나서고 있다. 북핵은 달라지는 것 없고 국제 여론은 대북 제재 완화에 냉담한 상황이다. 공권력은 민노총 등 '정부 대행 권력' 앞의 쥐 신세고, 청와대 비서진은 벌써부터 권력에 취했다. 적폐라는 이름의 불도저는 사법부마저 뭉개고 있다. 대통령 여론조사 인기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전임 정권의 실패가 무능을 떠나 국민의 경멸 또는 멸시로부터 비롯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에게 조롱당하는 정부가 '정의로운 나라'를 이끌 수 없다. 문 대통령이 과연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있을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03/2018120303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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