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북 고위급 회담이 미국 측의 협상 상대 교체 요구로 연기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0일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회담을 앞두고 협상 상대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으로 교체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북한이 이에 반발한 것이 회담이 연기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올 봄부터 지난달까지 모두 4차례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영철 등과 비핵화 협의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이 소식통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과 만났을 때 김영철에게서 들은 말과 어긋나는 점이 있어 ‘김영철이 김정은의 의중을 대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의심해왔다고 한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018년 10월 7일 평양 국제공항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배웅하고 있다. /미 국무부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9월 협상 상대로 김영철 대신 리용호를 지목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군 출신인 김영철이 고압적인 협상 태도로 미국을 압박하자 폼페이오 장관이 상대적으로 유연하다고 판단되는 외교관 출신 리용호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김영철을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부터 알아온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 ‘빈손 방북’ 이후 크게 실망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지난 8월에는 김영철이 ‘뭔가 줄 생각이 없으면 오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리용호를 선호하는 미국의 심리는 리용호가 지난 9월 제73차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달라진 의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리용호는 폼페이오 장관과 회동하기 전날인 9월 25일 공항 계류장을 빠져나와 10대 안팎의 검은색 의전·경호 차량과 함께 곧바로 숙소로 떠났다. 이는 국가 원수급에 준하는 특급 의전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김영철에서 리용호로 교체할 가능성은 낮다. 김영철은 리용호보다 당 서열이 높을 뿐 아니라 김정은이 가장 아끼는 핵심 측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것 외에 다른 회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통 큰 결단’은 트럼프 대통령밖에 내릴 사람이 없다는 판단이다.

리용호는 미국의 전직 외 교 당국자들 사이에서 ‘북한에서 가장 접근하기 수월한, 부드러운 목소리의 외교관’으로 평가받는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때 리용호를 처음 만난 개리 새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리용호의 특기는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라며 "그는 공산당 기관원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외교관으로서) 양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말을 찾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30/20181130016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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