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피하려… 만수대창작사 중국 미술관 대표에 현금 보내
재단은 지난 7월 24일 중국인 지모(50)씨로부터 북한 미술품 13점을 대여해 9월부터 두 달간 광주비엔날레에 전시하는 계약을 맺었다. 대여료는 2만5000달러(약 2800만원)다. 돈은 7월 30일 지씨의 중국 HSBC 개인 계좌로 이체됐다. '금강산' '평양성싸움' '청년돌격대' 등 작품은 북한 만수대창작사 소속 작가들이 2001~2017년 제작한 것이다. 서류상 작품 가격은 한 점당 8000~20만달러(약 900만~2억2000만원)다.
1959년 설립된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유명 미술가를 모은 예술 창작 집단이다. 북한 내 주요 국가 선전 작품을 만들었고, 동남아·아프리카 등지에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창구로 지목돼 왔다. 지난 10년간 예술품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만 1억6000만달러(약 18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막기 위한 안보리 결의를 통해 작년 8월 만수대창작사의 해외 사업을 맡는 '만수대해외개발회사그룹'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미 정부도 2016년 12월 만수대창작사를 독자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북한 미술품 계약을 맺은 재단과 재단의 감독기관인 광주광역시는 "돈을 만수대창작사에 직접 지급한 것이 아니라 미술관장 개인에게 지급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씨 개인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단 측은 해당 작품들이 북한이 아닌 지씨 개인의 소장품이라고 했다.
재단은 "지씨가 만수대창작사 (중국) 미술관장이란 사실은 알았지만, 계약에 앞서 통일부에 문의했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통일부는 "정부는 대북 제재 관련 유의 사항을 재단에 수차례 안내했고, 관련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씨가 운영하는 만수대창작사 미술관이 재단에 '우리는 북한 만수대창작사의 지시·통제를 받지 않고, 유엔 제재 대상도 아니다'란 취지의 서류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북 제재와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광주시 관계자는 지씨가 받은 돈이 만수대창작사로 넘어갔을 가능성에 대해 "그 사람이 돈(대여료)을 어떻게 쓰는 것인가는 개인적인 문제"라고 했다. 지씨는 이번 광주비엔날레 북한 전시 오프닝 행사 때도 참석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를 무색하게 하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북한 유관 기관을 대표하는 사람은 북한의 대리인"이라며 "지씨에게 지급된 돈은 북한으로 흘러들어 갈 확률이 높다"고 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이 사안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정식 상정되면 '제재 결의 위 반'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했다.
북한 미술품을 취급하는 미술품 중개업자들도 지씨같이 북한과 관련이 깊은 인물과 직접 거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한 중개업자는 "대북 제재 문제 때문에 북한 그림을 들여올 땐 보통 북한과 직접 관련이 적은 중국인 딜러를 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씨에 대해 "우리와는 다른 '라인'에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2/201811220020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