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쌀값이 급등하고 있다. 쌀이 모자라서 오르는 것이 아니라 쌀이 남아도는데도 오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농민 눈치를 보며 쌀 비축분을 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주 산지(産地) 쌀값은 80㎏ 가마당 19만3684원으로, 현 정부가 출범한 작년 5월 12만원대에서 무려 60%나 뛰었다. 과거 정부의 5년치 인상분이 1년 반 만에 한꺼번에 오른 것이다.

정부가 수매해 창고에 쌓아둔 쌀 비축분(149만t)을 시장에 풀면 쌀값은 안정시킬 수 있다. 하지만 농가 반발을 의식해 비축 쌀 방출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내건 '쌀 목표 가격 21만원' 공약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공약을 지키려면 지금 시중 가격보다 더 올라야 한다. 이 때문에 일부 농가가 쌀값의 추가 상승을 예상하고 쌀 출하 시기를 늦추는 악순환까지 나타나고 있다.

쌀을 둘러싼 온갖 왜곡은 역대 정부가 쌀 농업의 구조 조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쌀 소비가 급감하는데도 쌀 재배 면적은 그만큼 줄이지 못해 쌀 생산량이 소비량을 웃도는 일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금 정부의 양곡 창고엔 적정량(70만~80만t)보다 거의 두 배나 많은 쌀이 재고로 쌓여 있다. 비축 쌀 관리 비용만도 연간 2000억~3000억원을 쓰고 쌀 농가에 대한 직불금도 연간 1조원씩 나간다. 돈은 돈대로 쓰면서도 쌀값이 급등락을 오가는 정책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농민 눈치를 보면서 농업 구조 조정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왜곡되 고 중첩된 문제를 해결하려면 과감한 쌀 감산(減産)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세금으로 농가 소득을 채워주는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햅쌀이 출하되면 시장에 공급량이 늘어나 쌀값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인데 오히려 오르고 있다. 시중엔 "정부가 북한 석탄과 쌀을 맞바꿨다"는 식의 괴담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 중 포퓰리즘 아닌 것이 무엇이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0/201811200364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