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문답서 이슈마다 충돌
 

미·중 외교·안보 담당 장관들이 워싱턴DC에 모여 '2+2 외교·안보 대화'를 연 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아침 신문 6면 톱뉴스로 "미·중이 바다에서 '치킨 게임'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 구축함과 중국 함정이 40m 앞까지 근접하며 충돌 직전에 이르렀을 때 중국 함정은 충격 흡수를 위한 장치까지 배에 부착했다. 중국이 충돌을 각오한 듯 보이자 결국 미국 구축함이 뱃머리를 급히 돌리면서 충돌을 모면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미·중 간 '충돌' 분위기는 양측 간 외교·안보 대화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미·중 외교·안보 대화는 작년 6월 워싱턴에서 첫 회의가 열린 뒤 지난 10월 2차 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취소됐다가 이번에 1년5개월여 만에 열린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생산적인 대화였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미·중 양측은 무역 전쟁과 남중국해, 대만, 인권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첨예한 이견을 드러냈다. 북핵 문제에서도 대북 제재 이행에 대해서는 양측이 의견을 모았지만, 중국은 '쌍궤병행(평화체제 협상과 비핵화 협상 병행)' 입장을 강조했다.
 
웃으며 으르렁 - 미·중 외교·안보 담당 장관들이 9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웃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
웃으며 으르렁 - 미·중 외교·안보 담당 장관들이 9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한 뒤 웃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 /AFP 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남중국해 관련 질문이 나오자 "미국은 공해상에서 지켜야 할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바다가 아니란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과거와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또 중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와 관련해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존엄과 존경을 가지고 대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미국 측의 답변이 끝나자 중국 측 인사들은 미국의 주장을 즉각 반박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주권은 부인할 수 없다"며 "이번 회의에서 미국 측에 중국의 (주권이 미치는) 섬과 암초에 군함과 전투기를 보내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위구르족 관련 문제는 중국 내부의 일로 (미국의 주장은) 내정간섭이다"라고 했다.

웨이펑허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은 특히 대만 문제에 대해 "통일은 우리 (중국 공산)당과 국가의 사명"이라며 "만약 영토 보존이 위협받는다면 우리는 미국이 (통일을 위해) 남북전쟁을 치른 것처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렇게 (전쟁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이 독립을 추진할 경우 미국의 입장이 어떻든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초강경 위협인 셈이다.

양국 간 무역 전쟁에 대해서도 특별한 진전이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역(trade)'이란 단어는 일곱 번 언급됐지만, 모두 중국 측에서 나왔다. 양제츠 정치국원이 "무역 전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미·중 모두와 전 세계 경제를 해치게 될 것"이라며 무역 관련 발언을 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이나 매티스 장관은 반응 자체를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9일 "중국이 만약 IP(지식재산) 훔치기를 멈추면 경제적 선두권 자리를 놓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 숀 돈난 기자가 트위터에서 전했다.

양측이 의견을 모은 것은 대북 제재 문제가 거의 유일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 비핵화(FFVD)를 위해 단일 대오를 유지하 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자 양제츠 정치국원도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들을 계속 엄격하게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양제츠는 "중국은 미·북 간 직접 대화를 지지하고, 비핵화 과정 및 평화체제 구축을 동시에 진전시키길 희망한다"며 '쌍궤병행'을 강조했다. 북한의 '선(先) 제재 완화 요구'도 수용할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12/201811120028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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