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계 "공식 초청장 北이 보내야 방북 논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訪北) 문제와 관련,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6일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게 된다면 적극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나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면 동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대표가 전했다. 여당은 "교황이 방북하는 역사적인 일이 눈앞에 가까워진 것 같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천주교계는 북한이 공식 초청장을 발송한 이후 방북 문제를 논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으로, 여당과는 온도 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서울 명동성당을 방문해 염 추기경과 만났다. 이 대표가 취임 후 종교 지도자를 예방한 것은 처음이다. 염 추기경은 "온 국민이 잘살기 위해선 함께하는 정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했고,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도 포용 국가를 많이 강조한다. 전체를 포용하는 가치관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왼쪽) 추기경이 6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고 악수를 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왼쪽) 추기경이 6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고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염 추기경은 이후 비공개 대화에서 "(교황의) 방북이 꼭 성사됐으면 좋겠다. (성사된다면) 적극적으로 환영할 것"이라며 "교황의 방북으로 북한이 좀 더 개방적인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염 추기경은 "내가 평양 교구장 서리를 맡고 있어서 (교황이) 평양에 가시게 되면 같이 가겠다"고도 했다. 교황이 특정 지역을 방문하려면 사제와 신자가 필요하다. 이에 여권에선 "평양 교구장 서리를 맡은 염 추기경이 직접 나설 경우, 교황 방북이 조금 더 쉬워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현재 교황 방북 추진에 실질적 진전은 없는 상태다. 교황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북한의 초청 의사를 전달하자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대내외 관영 매체는 교황 방북에 대해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종교에 폐쇄적인 북한이 '체제 위협'을 우려해 공식 초청장 발송을 주저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점도 변수다. 미·북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교황 방북이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적어도 미·북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에야 교황 방북을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7/201811070044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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