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상설협의체, '노력한다' 수준 합의… 내년 2월 2차 회의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를 갖고 12개 합의사항을 발표하면서 '협치(協治)'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22분부터 오후 1시까지 98분간 현안에 대한 입장을 교환했다. 오찬에선 화합을 상징하는 '탕평채'를 들며 다시 한 시간 동안 환담을 했다.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與野政) 국정 상설협의체 회의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與野政) 국정 상설협의체 회의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대통령 정치에 함몰된 청와대 인사의 자기 정치가 도를 넘고 있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김 원내대표의 발언을 메모하며“뭐, 그렇습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연합뉴스

다만 이날 합의 사항 상당수는 구체적 내용이 빠진 채 '노력한다' '협력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정의당은 핵심 합의인 탄력근로제 확대와 규제 완화에 반대해 이날 합의가 제대로 실천될지는 미지수다. 다음 2차 회의는 내년 2월에 열릴 예정이다.

◇野 "고용 세습 분노", 文 "단호 조치"

김성태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보를 갖고 채용 비리와 고용 세습이 노사 간에 이뤄졌다면 용납이 안 된다"며 "국민 분노에 답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고용 세습이나 취업 비리는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라며 "현재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드러난 비리에 대해서는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아동수당을 초등학생까지 월 30만원으로 높여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아동수당을 (90% 계층이 아닌) 100% 전체로 확대하자는 것은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홍 원내대표는 "(금액·연령 확대는) 재정적 문제도 있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文 "국회가 金 답방 환영문 내달라"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합의한 12개항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과 관련해 "우리 정부나 김 위원장의 입장만 갖고 되지는 않고 북·미 회담 결과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일단 연내에 이뤄진다는 것을 가정하고 준비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환영하는 합의문을 발표해주면 참 고맙겠다"고도 했다. 바른미래당 김 원내대표는 "이 자리가 아니고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봐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국회 연설과 관련해 "국회 차원에서 화답해달라"고 했다. 이에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천안함 유족들에게 사죄하는 전제로 국회 연설 등을 협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서로 역지사지하더라도 북측이 난처하지 않겠느냐"며 "(사죄하는) 그걸 전제로 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 참석자가 "김정은을 한라산에 데려가실 거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한라산에) 헬기장이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자연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만들면 논란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남북 군사합의서와 평양공동선언을 비준한 것에 대해 "남북관계발전법에 기초해서 비준할 수밖에 없었다"며 "북한과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관계"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와 관련해 "꼭 처리됐으면 좋겠지만 서두르진 않겠다"고 했다.

◇文 "탈원전 정책 못 바꾼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점검한다'나 '재조정한다'는 표현을 합의문에 넣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현재 정책 기조가 70년 이어져야 탈원전이 이뤄진다"면서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바꿀 순 없다"고 했다. 평화당 장 원내대표는 새만금 태양광 추진에 대해 "30년 기다린 새만금인데 겨우 태양광이냐 하는 민심이 있다"며 '대기업 특혜 가능성' 등을 제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유휴 부지를 주로 이용해 설치될 것"이라며 "중소기업, 지방기업, 협동조합 등이 다양하게 참여토록 하겠다"고 했다.

◇내년 2월에 2차 여야정 열기로

정의당 윤 원내대표는 "연동형 선거제 도입에 정부, 여당도 적극 노력해 달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을 적극 지지한다"며 "선거 연령 18세 인하도 국회에서 꼭 좀 논의 해달라"고 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역시 대통령이 고단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다음 회의 일정과 관련해 "앞으로 석 달 단위로 (분기에 한 번씩) 국정 현안을 매듭지어가는 것으로 하자"면서 "2월에 만나는 걸로 합의문에 들어가 있느냐"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내년 2월에 다시 만나는 정도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06/20181106002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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