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아베, 기업인 500명 이끌고 訪中… 리커창은 오찬, 시진핑 만찬 대접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 기업인 500여 명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일(中日)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 기념식에서 "한 나라가 혼자서 문제를 풀 수 없으며 일본과 중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시간이 오고 있다"며 "양국 관계를 새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중국은 일본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길 바란다. 청소년, 문화, 교육, 지방 등의 분야에서 교류를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일본 총리로서는 7년 만의 공식 방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중·일 양국이 제3국에서 경쟁보다 협력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26일 1400명의 양국 기업인이 참석하는 '일·중 제3국 시장 협력 포럼'에서의 연설을 통해 아세안, 아프리카 등에서의 협력을 강조할 예정이다. 제3국 사회간접자본 개발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만 50건 체결할 예정이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일본 요코하마시 관련 기업연합체인 YUSA와 중국의 건설회사인 JSCC가 태국 촌부리주(州) 도시 개발과 관련한 각서를 체결하는 것이다. 일본 YUSA는 신도시 조성 및 환경 분야에서 높은 기술을 갖고 있다. 중국 JSCC는 저비용 건설이 장점이다. 이전에는 일본과 중국이 서로 공사를 따내려고 무리한 경쟁을 벌였는데, 이젠 서로 장점을 인정하며 협력해 '윈-윈(win-win)'하기로 한 것이다. 양국은 경제가 급성장 중인 아세안에서 '스마트 시티' 건설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협력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5일 분석했다.
 
일본 총리로는 7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한 아베 신조(왼쪽) 총리가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시진핑 부부 주최 만찬에도 참석한다.
일본 총리로는 7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한 아베 신조(왼쪽) 총리가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시진핑 부부 주최 만찬에도 참석한다. /AFP 연합뉴스, 일러스트=박상훈

제3국에서의 금융기관 협력도 강화된다. 일본 보험회사인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 해상화재보험은 중국 태평양보험과 다른 나라에서의 영업 협력에 관한 제휴를 할 예정이다. 일본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과 중국 시틱그룹, 중국수출신용보험공사도 손을 잡는다. 에너지 회사인 JXTG에너지와 중국석유화학공이 수소연료 관련 사업을 제3국에서 함께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체결된다. 그동안 제3국 시장을 놓고 으르렁거리던 두 나라가 이젠 상호 협력을 통해 시장을 나눠 갖기로 방향 전환을 한 것이다. 외국에서 중·일이 협력하는 흐름이 굳어질 경우, 경쟁국인 우리나라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국과 일본이 이처럼 밀착하는 배경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있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정상 외교가 중국과 일본의 밀착을 낳았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안보, 무역정책에 불안감을 느낀 세계 경제 2·3위의 두 나라가 관계 개선에 나서도록 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야기하는 위험을 상쇄하려 하고 있다. 일본은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소외당하고, 미국산 무기 강매(强買) 위협에 시달리면서 외교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일·중 통화 스와프 협정이 2013년 종료 시에 비해 10배 이상 커진 300억달러 선으로 부활하는 것은 이번 회담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은 상대국이 어려움에 처할 때 도와줄 수 있는 규모를 10배 확대함으로써 트럼프 미 행정부에 견제 메시지를 보냈다고 할 수 있다.

중·일 간 군사 분야의 협력도 주목된다. 아베 총리의 방중을 계기로 일본 자위대의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통합막료장(합참의장 격)의 중국 방문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일본의 통합막료장은 지난 10년간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중·일 양국은 해·공군이 무력 충돌을 피하기 위해 연결하기로 한 '핫라인'도 올해 내 본격 운용하기로 했다. 양국은 2020년 도 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앞으로 5년간 3만명의 양국 청년이 교류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아베 총리는 26일 리커창 총리 부부 주최 오찬에 이어서 저녁엔 시진핑 주석 부부 주최 만찬에 참석한다. 중국의 주석과 총리가 잇달아 점심, 저녁을 부부 동반으로 대접하는 것은 중국이 이번에 얼마나 아베를 극진히 대접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6/20181026002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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