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음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3일(현지 시각) 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푸틴 대통령과 만나 2차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한 예비 협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회담 개최 시간과 의제 등은 앞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파기를 경고하며 대러 압박 수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정상의 만남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 푸틴·볼턴 회동…"2차 미·러 정상회담, 11월 파리서 개최 합의"

볼턴 보좌관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순방 일정을 위해 지난 21일 러시아에 도착했다. 그는 이날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을 접견하고, 90여분 간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동에서 푸틴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은 11월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이 끝난 뒤 2차 미·러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18년 10월 23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크렘린궁

러시아 관영 매체 타스통신에 따르면, 우샤코프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접견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이번 회동에서 양국 정상이 내달 파리에서 만나는 것에 대해 사전 합의를 이뤘다"며 "두 정상은 (종전 기념) 행사가 끝난 뒤 양자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볼턴 보좌관과 만난 자리에서 "다음달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1차 세계대전 100주년 기념식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고 운을 띄운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 대해 "다소 격한 회담이었지만 결국 건설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하며 "미국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계속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파리에서 만남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각국의 이해 관계에 따라 (미·러) 양국 간 입장차가 있지만, 서로 만나서 합의점을 찾는 것은 매우 유익할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날 푸틴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2차 미·러 정상회담 관련 합의 내용에 대한 미 CNN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 볼턴 "적절한 때 INF 파기 통보"…정상회담, 돌파구 될까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이 더 주목되는 건 최근 양국이 ‘미국의 INF 파기’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 INF 파기를 경고하며 러시아에 압박을 가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CNN
INF는 1987년 12월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이 체결한 조약이다. 이 조약은 선제공격용 중·단거리 미사일을 서로 감축·철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냉전 시대를 종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계속된 러시아의 INF 위반, 중국의 조약 당사국 미포함 등을 이유로 조약 파기를 공식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이 INF를 탈퇴할 경우, 같은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푸틴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도 이날 접견에서 미국의 INF 파기에 대해 날선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INF를 위반하고 있다며 조약 파기를 주장한 장본인으로 알려졌다.

볼턴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INF 파기 이유에 대해 미국은 러시아가 2013년부터 조약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을 내린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 파기 경고가 실행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적절한 시기’에 이뤄져 러시아에 통보할 것이라고 했다. 볼턴 보좌관은 중국과 북한이 조약 당사국에 포함되지 않아 통제할 수 없다며 INF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대문장. 독수리의 양 발에 올리브가지와 화살이 들려있다. 영어에서 올리브 가지는 ‘평화’ ‘화해 메시지’란 뜻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에 "미국이 정당한 이유가 없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놀랍다"며 "러시아는 미국의 행보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푸틴 대통령은 또 볼턴 보좌관에게 "미국 ‘대문장’에 있는 독수리가 화살만 남기고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가지는 모두 먹어치운 것인가"라며 몰아부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샤코프 대변인은 이날 접견 이후 볼턴 보좌관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 자체가 미국이 INF 문제에 대해 협상할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내달 열릴 미·러 정상회담에서는 INF 파기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미국의 INF 파기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 중국 3국의 패권 경쟁을 넘어 전 세계의 핵 군비 경쟁이 강화되는 ‘신냉전’이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4/201810240176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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