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북 결정에 영향 줄 가능성
유엔 北인권결의안 이달 말 제출… 한국 정부 '딜레마' 빠질 수도
 

한국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역사

북한 인권 문제가 교황의 방북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에 예상치 못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몰두하는 동안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북한의 인권침해 문제를 심각하게 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럽의회는 북한을 '국가의 사상과 개인 숭배에 반하는 어떤 신앙 표현도 강력하게 처벌하는 세계 최악의 종교 자유 침해국'으로 지목했다. 22일(현지 시각)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유럽의회 내 초당파 의원 단체인 '종교, 신앙의 자유와 종교적 관용'은 지난 9월 발표한 '2017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을 포함한 중국, 이란, 이집트,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등 11국을 최악의 종교 자유 침해국으로 꼽았다. 종교의 자유 침해 정도를 10점 만점으로 했을 때, 북한은 10점으로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올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이 핵·미사일 폐기를 이야기했지만, 지금까지 북한 지도부가 심각한 인권유린을 중단했다는 어떤 신호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평양에 기독교 교회 5곳이 있지만, 이들의 활동은 북한 정부에 엄격히 통제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북한 전역에 소규모 비밀 가정 교회들이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국가가 통제하는 다섯 교회 밖에서 신앙 생활을 하다가 붙잡힌 사람들은 수감과 고문 등 가혹한 처벌 대상이 된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하며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종교·인권 상황에 대한 비판이 유럽 사회에서 계속될 경우 교황청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레그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지난 19일 VOA에 "(방북) 초청을 구두로 전달받았지만 바티칸(교황청) 측은 많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했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이 공동 작성해 이달 말쯤 유엔 총회 제3위원회(인권 담당)에 제출할 예정인 올해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이 우리 정부에 '딜레마'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결의안은 11월 중·하순쯤 제3위원회에서 표결 또는 컨센서스(합의) 방식으로 채택된 뒤, 12월 유엔 총회에서 최종 채택될 전망이다. 유엔 총회는 2005년부터 작년까지 13년 연속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기권하지 않는다"며 "결의안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이에 대해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23일 "인권 결의안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느니 '기권하지 않을 것'이라느니 하는 소리들이 남조선에서 울려 나오는 것도 스쳐 지날 수 없다"며 "대화와 평화의 분위기를 귀중히 여긴다면 제정신을 차리고 온당하게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북한이 이 문제를 김정은 답방 등과 연계한다면 우리 정부가 끝까지 찬성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유엔 총회의 첫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 때 기권했다. 이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한 2006년 찬성했다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2007년 다시 기권으로 돌아섰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4/201810240032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