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김정은 의사' 전달 방침… 靑 "기대"… 천주교 일각 "부정적"
김정은 친서 없어… 외교 결례, 美 "인권·종교자유 꼭 거론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바티칸 교황청을 찾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초청' 의사를 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황의 방북(訪北)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안팎에선 일정·시기를 둘러싼 교황청과의 물밑 조율만 원활히 된다면 '사상 첫 교황 평양 방문'이 성사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천주교계 일각에선 "교황이 실제 북한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문 대통령과 교황과의 면담 자리에서 '교황 방북' 이야기가 나올 경우 교황의 방북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고 실제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평소 교황이 남북한 평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만큼 교황이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천주교계에서도 교황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교황은 작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될 때부터 올해까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여러 번 발표해왔다. 교황이 내년 일본을 방문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힌 것도 평양 방문 가능성을 높이는 조건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천주교계 일각에서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바티칸 사정에 정통한 천주교계 인사는 "교황청 외교 관례에 비춰볼 때 교황의 평양 방문은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했다. 교황이 특정 국가를 방문하기 위해선 정부와 천주교 교회가 공동으로 초청하는 형식을 갖춘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교황 초청은 직접 친서(親書)를 보낸 것도 아니고 발언이 방송 등을 통해 공개되지도 않았다. 이는 외교 관례에 비춰볼 때 '결례(缺禮)'라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에는 천주교 사제가 한 명도 없다. 공식적으로 사제와 신자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황이 평양을 방문하게 되면 자칫 북한이 준비한 정치 이벤트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 조야(朝野)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미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9일(현지 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아 실망했다"며 "교황이 북한을 방문할 경우 북한 주민의 인권, 특히 종교의 자유 문제가 포함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북한 인권 단체 나우(NAUH)의 지성호 대표는 이날 미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북한에서 김정은은 살아 있는 신(神)"이라며 "교황이 신이라는 사람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기도하는 것은, 이를 보는 북한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줄 것"이라고 했다. 지 대표는 "북한 주민이 겪는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평화는 바라지 않는다. 북한 인권은 평화만큼이나 중요하다"고도 했다.

북한은 전에도 교황을 평양에 초청하려 했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북한은 소련 해체로 외교적 고립 위기에 처했던 1991년 교황 초청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었다. 하지만 북한 내 천주교 열풍이 불 것을 우려해 TF를 출범 두 달 만에 해산시켰다고 한다. 북한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교황 초청 의사를 밝혔고 교황청에도 접수됐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11/201810110032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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