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각) 2차 회담의 개최 장소와 시기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백악관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연내 사임을 발표하던 중 미국과 북한의 2차 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싱가포르가 아닌 3~4곳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차 회담이 자신의 마러라고 별장을 비롯한 미국, 또는 북한에서 열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열어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2차 정상회담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 이전에 비해 구체화된 수준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일 올 들어 네 번째로 방북해 김정은과 2차 미·북 정상회담 일시·장소 등을 논의했다. 미 국무부는 이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 방문에서 2차 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시기의 선택 범위를 좁혔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2차 정상회담 개최가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12 싱가포르에서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이 합의한 북한 비핵화가 실질적인 진전이 없는 가운데 또다시 회담을 여는 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정상회담 이후 진전 상황과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대북 제재 해제 전 비핵화가 진전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 "2차 정상회담 장소 3~4곳 검토"…‘평양·워싱턴·판문점·유럽 제3국’ 거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준비 중이라며, 회담 장소로 3~4곳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싱가포르가 아닌 다른 곳에서 (2차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언론에서는 2차 정상회담 후보지로 평양과 워싱턴 등 미국 도시, 판문점, 유럽의 제 3국 등이 거론되고 있다.

평양은 북한이 선호하는 곳이다. 미 뉴욕타임스는 7일 북한측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수행단에게 2차 정상회담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1차 회담 때도 평양을 개최지로 강력히 희망했다. 평양에서 회담이 개최될 경우 북한의 난제인 김정은의 경호와 이동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고, 대내외적으로 큰 선전 효과를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북한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우리는 미국 땅과 그들(북한) 땅에서 많은 회담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가 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0월 9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니키 헤일리(왼쪽)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사임을 발표하고 있다. /CNN
트럼프 행정부는 미 워싱턴에서의 회담을 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김정은이 미국을 방문하는 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북 정책의 성과를 부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2차 회담이 미 플로리다주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별장 마러라고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김정은)도 좋아할 거고 나도 좋다"면서도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러라고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난 바 있다.

판문점도 유력 후보지 중 하나다. 판문점은 민간인 출입이 제한돼 경비가 쉽고,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종전 선언을 고려할 경우 최적의 장소라는 평가다. 판문점은 1차 회담 때도 개최지로 검토됐었다.

유럽의 제3국도 2차 정상회담 개최지로 언급되고 있다. 1차 회담 때 후보지로 꼽혔던 스위스, 스웨덴 등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아울러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실무 협상을 벌일 IAEA(국제원자력기구) 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도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 2차 미·북 정상회담 시기 "11월 美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 개최 시기는 다음 달 6일 열리는 중간 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중간선거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이동 중 기자들에게 "(2차 미·북 정상회담은)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떠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매우 가까운 미래에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이며, (정상회담이)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10월 중 2차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앞서 청와대도 폼페이오 장관이 예상보다 일찍 네 번째 방북을 진행한 것과 관련, 미국의 중간선거 전 2차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0월 2일 미시시피주 사우스에이븐에서 중간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트럼프 트위터
그러나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2차 정상회담의 10월 개최 가능성이 없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를 평가하는 의미인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미·북 회담을 추진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비핵화의 진전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회담을 진행하는 건 오히려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간선거 전 회담이 개최되면 유세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워싱턴 정가에서도 11월 중간선거 이후 회담을 개최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미·북 2차 정상회담 시기상조" 비판도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가 큰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4차 방북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사찰단을 초청한 것을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첫 회담 이후 북한과 "굉장한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그러나 풍계리 핵실험장은 이미 북한에 사용 가치가 없는 곳이기에 이를 진전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북한이 어떤 인사를 사찰단에 포함시킬지, 그들에게 어느 정도의 접근 권한을 내줄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비판도 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관련해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2차 미·북 정상회담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파티 계획을 위해 평양까지 간 것인가"라며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또 다른 정상회담을 개최하려고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미국 정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올리비아 이노스 연구원도 USA투데이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미국은 (6·12) 싱가포르 회담을 통해 얻은 것이 거의 없었고, 이후 (북한의) 비핵화도 거의 진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노스 연구원은 "2차 정상회담은 (북한의) 비핵화 단계를 진전시키지 못할 것이고, 김정은의 평판만 좋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 령은 이날 북한의 비핵화 전 대북 제재를 유지한다는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 해제’ 원칙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에) 매우 큰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제재를 해제하고 싶지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으로부터) 뭔가를 얻어내야 한다"고 했다.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 전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가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10/2018101001450.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