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폼페이오 訪北 혹평
 

"생산적" "진전" 같은 말을 습관적으로 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발언이 외교가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일 베이징에서 양제츠 외교 담당 정치국원, 왕이 외교부장과 만난 뒤 "생산적(productive) 만남"이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왕 부장이 "미국이 잘못된 언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하는 등 '정면 충돌'을 했는데도 폼페이오 장관은 이를 "생산적"이라고 부른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 3차 방북 직후에도 동행한 미국 기자들에게 "북한 비핵화 시간표(timeline) 설정 등에 진전을 거뒀다. 협상이 생산적이었다"고 했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지 5시간 만에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일방적·강도(强盜)적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 실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진전을 거뒀다는 비핵화 시간표도 이후 유야무야됐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 대한 전문가·언론 평가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4차 방북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등을 받아낸 것도 "중대한 진전"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미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같은 차를 두 번 팔았다"며 북한의 시간 끌기 전술에 당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앤드리아 버거 미들버리 국제학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8일(현지 시각) 미 NBC방송에 풍계리 사찰에 대해 "미국인들에게 똑같은 차를 또 파는 것"이라며 "우리(미국)는 새로운 시설이나 (핵)활동을 사찰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실험장을) 해체했다"고 했다. 북한이 지난 5월 5개국 취재진이 참관한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는데, 6개월이 지난 뒤 같은 제안을 하는 것은 "새로운 돌파구인 것처럼 치장한 낡은 양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핵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도 트위터에 "풍계리 약속의 진짜 의미는 김정은이 시간을 끌기 위해 허울뿐인 양보를 하는 기술에 숙달했다는 것"이라며 "이미 해체를 약속한 풍계리 실험장을 6개월간 얘기하면서 같은 말을 성공적으로 두 번 팔았다"고 했다. 폼페이오가 김정은의 '허울뿐인 양보'에 당했다는 취지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CNN에 출연해 '진전을 이뤘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미국 관리들로부터 무대 앞에서든 뒤에서든 북한과의 협상에서 현재 보이는 것 외에 막후에서 이뤄지는 어떤 돌파구나 진전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번 4차 방북에서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점에서 실망감을 표시했다. 브루스 벡톨 엔젤로주립대 교수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비핵화와 관련한) 어떤 사안과 관련해서도 구체적 내용이 많이 없다"며 "풍계리는 실험 장소일 뿐으로, 이에 대한 사찰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풍계리에서 플 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실험이 이뤄졌다는 사실 확인뿐"이라고 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실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핵 프로그램과 핵 물질, 시설에 대해 정확히 신고하지 않았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후 기자회견 내용은 모호한 언급만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풍계리 사찰이 영변 핵시설 등 다른 핵·미사일 시설의 사찰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앤드리아 버거 미들버리 국제학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VOA에 "만약 (풍계리 사찰이 미국 등의) 조사관들이 잠재적으로 다른 시설에 접근하는 것에 대한 대화로 해석될 수 있다면 그것은 흥미로울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10/201810100022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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