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비 2억8000만원 드는데 초청한 측이 돈 내는 관례 깨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노무현재단 전 이사장)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을 공동 대표단장으로 하는 민관(民官) 방북단 160명이 4일 10·4 선언 11주년 기념 공동 행사 참석을 위해 방북(訪北)했다. 정부는 원래 초청하는 쪽이 부담하는 게 관례인 방북단 체류 비용을 실비(實費)로 북측에 지급할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억8000만원 범위 이내에서 행사를 치르는 것으로 지난 1일 (남북협력)기금 심의가 이뤄졌다"며 "(비용 지급은) 비용의 구체적인 내용, 세부 일정이 (북측과) 협의가 완료돼야 하기 때문에 (비용 지급은 귀환 전) 최종 정산 과정에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2억8000만원은 총 행사 비용"이라며 "체류비를 어느 부분까지 지불할 것인지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했다.
 
10·4 방북단, 정부 수송기 타고 평양으로 - 10·4선언 11주년 기념 공동행사 참석을 위해 4일 평양행 정부 수송기에 탄 민관 방북단.
10·4 방북단, 정부 수송기 타고 평양으로 - 10·4선언 11주년 기념 공동행사 참석을 위해 4일 평양행 정부 수송기에 탄 민관 방북단. /사진공동취재단

관례적으로 남북 공동 행사의 경우 초청하는 쪽이 비용을 부담해 왔다. 정부 관계자는 "당국 간 행사는 초청자 부담이 관례지만, 이번 행사처럼 민관 합동 행사의 경우 그런 관례가 없다"고 했다. 통일부 측은 "체류비는 자기 단체가 부담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그러나 노무현재단 등 민간단체 대신 정부가 상당수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도 있다. 방북단 160명 중 당국자는 30명뿐이고, 민간단체 인사가 130명이지만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을 2억8000만원이나 책정했다. 민간인이 다수인데 군 시설인 성남공항에서 정부 수송기를 이용해 방북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민관 공동 행사'라지만 사실상 정부 행사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이재정 경기 교육감, 김현 민주당 제3사무부총장 등은 공인이지만 민간단체 신분으로 방북했다.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광재 여시재 원장, 노건호(노 전 대통령 아들)씨 등 친노(親盧) 핵심 인사들도 대거 방북했다. 과거 맥아더 동상 철거 집회를 주도했던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방북 명단에 포함됐다.

통일부 측은 "공동 대표로 함께 가는 민관이 모두 주최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에 대한 체류비 지급은 민간 행사 기준을 따르고, 군 공항과 정부 수송기 이용은 당국 행사 기준을 따랐다"며 "통일부의 설명 자체가 모순"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량 현금(bulk cash)을 주지 못하도록 한 대북 제재를 위반할 소지 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사업은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유엔 안보리 제재에는 예외 조항에 대한 언급이 없다.

방북단은 이날 북한이 과학기술 개발 성과를 자축하며 만든 '과학기술전당'을 참관했다. 원자 구조 모양의 이 건물엔 북이 자랑하는 미사일 등 군사 무기 모형들도 전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5/20181005002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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