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안보대화 연기 직후 방중...북핵 협조⋅무역전쟁 돌파구, 두마리 토끼 잡을까
시진핑 회동 여부 주목...양국 관계 개선 ‘첩첩산중’...자본⋅인력⋅상품 교역 걸림돌 커져
미국, 일대일로 견제 법안 통과⋅차이나머니 미국 투자 55% 급감
중국, 미국산 원유수입 중단⋅미국행 관광객⋅유학생 제한 조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8일 중국을 방문한다. 시기가 절묘하다. 7일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직후인데다 양국 군함이 남중국해에서 충돌 직전까지 가고, 이달 중순 예정됐던 미중 2차 외교안보대화가 취소된 직후이기도 하다. "북핵 해결 성패의 순간에 바닥관계인 중국을 찾는다"(해리 카자니스 미국 CNI 국방연구 담당 디렉터)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후 베이징을 찾는 것은 처음으로 6·12 미·북 정상회담 직후 방중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중 최우선 의제는 북핵 문제가 되겠지만 미중간 무역마찰이 안보로 확산되는 가운데 양국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오퉁 카네기칭화 글로벌정책센터 펠로우는 "미중간 대북(對北)정책의 간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미국의 북핵정책에 따라오도록 노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북 제재 수위를 놓고 커지는 미중간 이견 극복이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카자니스 디렉터는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북한을 협상카드로 쓰려고 하는지를 파악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관계가 불확실과 불신에 빠진 상황에서 고위급 소통이 개방적이고 효율적이 되는 게 깊은 오해를 막는 길이라는 점에서 폼페이오 방중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양국간 외교안보 대화 취소 이전에 지난달 27~28일 예정됐던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도 취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0억달러 중국산 수입상품에 대한 10% 추가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의 방중 소식이 전해진 2일을 전후해서도 미중 관계 악화를 반영하는 소식이 줄을 이었다. 상호 관세폭탄 투하로 삐걱거리는 상품 교역은 물론 자본과 인력 교류에도 장애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중국 위협론도 양국 관계 개선의 걸림돌이다.
 
취임이후 처음으로 지난 6월 중국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예방하고 미북 정상회담과 미중 무역마찰 등에 논의했다. /주중 미국대사관 웨이보

폼페이오의 중국 위협론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23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은 수년간 해온 것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 정부와 다른 점은 이길 각오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이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9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2000억달러 중국산 수입상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개시했고, 당일 중국은 미중 무역마찰의 사실과 중국입장이란 백서를 통해 미국의 무역 보호주의와 패릉주의(覇凌主義·Trade Bullying)를 맹비판했다. 패릉(覇凌), 중국어 ‘바링’은 우리말로 ‘따돌림’, ‘괴롭힘’, ‘왕따’라는 뜻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지난 6월 18일 디트로이트경제클럽 연설에서 "중국 지도부가 지난 몇 주간 개방과 세계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웃기는 소리(joke)"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있은지 사흘 뒤인 6월 2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글로벌CEO협의회 라운드테이블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개방 약속을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개혁에 대한 중국의 자신감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중 때 중국 고위 지도부를 만날지 확실치 않다"(자오퉁 펠로우)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싱가포르에서의 첫 미북 정상회담 설명차 취임이후 처음으로 지난 6월 방중해 만난 시주석에게 "한반도 문제에 제공한 중요한 의견과 도움에 특별히 감사를 드린다"며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발전을 중시하고 중국과 소통을 강화해 돌출된 문제를 잘 처리하고 각 영역에서의 실무협력을 심화하고 국제 및 지역적인 도전에 함께 대응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당시 시 주석은 당시 폼페이오 장관에게 "미국이 대만과 경제무역마찰 같은 민감한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해 중미 관계가 큰 방해를 받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반대로 흘러갔다.

♢자본: 차이나머니에 글로벌 만리장성 쌓는 트럼프

트럼프 정부는 중국 자본의 자국 투자에 제동을 걸뿐 아니라 차이나머니의 세계화에 대한 견제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4일 SCMP가 인수합병(M&A) 전문 리서치 기업인 머저마켓를 인용해 전한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 M&A 규모는 올들어 3분기까지 26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1∼9월 59억 달러보다 55% 줄어든 규모이다. 중국 기업의 미국기업에 대한 M&A가 34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6년 1~9월에 비해서는 92% 급감했다.

SCMP는 미중 무역전쟁, 위안화 약세, 중국 정부의 자본유출 규제, 트럼프 정부의 M&A 투자심사 강화 등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올초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은 미국 송금 서비스업체 머니그램을 12억 달러에 인수하려고 했지만, 미국 당국의 거부로 실패했다. 이어 사이노IC캐피탈의 반도체 제조업체 엑세라 인수 시도도 좌절됐고, HNA 그룹의 스카이브릿지캐피탈 인수도 실패로 돌아갔다.

중국 케이위안캐피탈의 브룩 실버스 이사는 "중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중국도 자국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에 집중하길 원하는 분위기이다"라고 전했다.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과 부채축소 정책으로 고정자산투자가 냉각해지면서 자국 투자 확대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금융리스크 억제에 나선 중국 당국은 안방보험이나 HNA가 해외 M&A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쓰던 자금조달 채널도 더 이상 쓰기 힘들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차이나머니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타고 세계화하는 데도 맞대응할 태세다. 미 상원이 3일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USIDFC) 설립 규정 등을 담은 법안을 93대 6으로 통과시켰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하원에서부터 초당적 지지를 받은 이 법안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이 법이 발효되면 미국의 기존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와 다른 해외개발기구들을 통합한 USIDFC가 출범한다. 통합 기구의 투자 한도는 600억달러로 OPIC의 2배에 이른다. 기존 기구들은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항만, 수도 등 사회기반시설(인프라) 사업에 차관만 제공할 수 있었지만 통합 기구는 지분 투자도 할 수 있게 되는 등 자금 운용 범위가 넓어진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하나로 해석된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 30일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포럼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비전’이란 제목의 연설을 통해 "미국이 과거 이 지역의 기초에 도움을 줬듯이 미래의 기초 영역인 디지털 경제, 에너지, 사회기반시설을 지원하기 위해 1억1300만달러 투자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차이나머니 세계화 견제는 중국 자본을 수혈 받아 빚을 지게 된 나라들이 주요 인프라 운영권을 넘길 리스크에 처한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레이 워시번 OPIC 대표는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중국의 경우 국유기업들이 국가를 위해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현지 인프라를) 지배하는 것이 대외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미 워싱턴에 있는 신흥시장 컨설팅업체 KRL의 리바 러빈슨 대표는 USIDFC 설립 법안의 상원 통과를 앞두고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상업적 전쟁터에서 미국이 자신들의 기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사실상 처음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차이나머니의 세계화 견제강도가 높아지고 미중 무역전쟁이 촉발한 보호주의가 확산되면서 국경간 M&A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자국내 M&A가 활기를 띠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3분기 글로벌 M&A 규모는 3분기 기준으로 지난 5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올해 3분기에 미국 기업 간 M&A 규모는 4100여 건, 총 1조1000억달러에 달해 분기 기준으로 역사상 두 번째로 큰 M&A 규모를 기록했다. 미국만이 아니다. 올들어 9월까지 자국내 M&A 규모는 1조 670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M&A에서 국경간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38.6%로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 급락했다.

글로벌 차원에서 이뤄지던 자원배분이 자국내로 좁혀지는 역(逆)글로벌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머저마켓의 조나단 클로노브스키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긴장, 무역전쟁, 보호주의 등이 기업들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인력: 중국, 미국행 유학⋅관광객 제동 조짐

3일 중화권매체 둬웨이(多維)와 홍콩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온 중국 유학생들은 거의 모두 간첩"이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중국이 즉시 대책 마련에 착수했으며 고위간부 자녀의 연내 귀국을 종용하는 내부 문건을 돌렸다.

이들 매체는 중국이 유학생을 미국을 응징하는 비장의 무기로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미국으로 가는 유학생들을 브라질, 인도, 파키스탄 등지로 돌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올초 중국의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발급을 금지하자는 논의가 제기됐다고 FT가 2일 보도했다. FT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미국 정치 개입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매파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정책 고문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인들이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조처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스티븐 고문의 제안은 경제적, 외교적 파장에 대한 우려 때문에 채택되지 않았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SCMP는 미국 정부가 지난 7월부터 로봇, 항공, 첨단 제조업 등의 분야에서 연구하는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 대학에 입학하는 외국인 학생 가운데 중국 국적의 학생들이 가장 많다. 국제교육협회(IIE)에 따르면 2016∼2017학년도에 미국 대학에 등록한 중국 국적 학생은 35만명이 넘는다.

중국은 유학생 뿐 아니라 관광객도 미국행 발길에 장애물을 설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현재 캐나다 멕시코 영국 일본에 이어 미국에 관광객을 가장 많이 보내는 5번째 국가다.

SCMP가 최근 인용한 항공권 예약 사이트 스카이스캐너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부터 7일까지 이어지는 올해 중국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발 미국행 항공권 예약 건수는 작년 국경절 연휴 때보다 42% 감소했다. 올 들어 9월까지 미국행 항공권 예약 건수도 17% 줄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지난 7월 치안 불안 등을 이유로 중국인들의 미국 여행 주의를 당부하는 경고문을 공표한 바 있다.

♢상품: 중국 미국산 원유 수입 전면 중단

미국과 중국이 각각 상대국 수입상품 2500억달러와 1100억달러에 관세폭탄을 부과하고 있는 가운데 관세부과 대상이 아닌 주요 원자재 교역에도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로이터통신이 4일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 에너지운수(CMES)의 셰춘린(謝春林) 대표는 전날 홍콩 글로벌 해운포럼 연례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셰 대표는 "우리는 미국에서 중국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주요 운수업체 중 하나"라면서 "(무역전쟁) 이전까지는 사업이 순조로웠지만, 이제 전면적으로 중단됐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전문 기관의 자료를 인용해 미국산 원유의 중국으로의 운송이 9월부터 중단됐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2016년부터 중국에 원유를 수출했으며, 미국의 대중 원유수출 사업은 지난 2년간 빠르게 성장해왔다.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에 중국은 보복 관세로 맞섰지만, 원유는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원유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국 내 산업 비용을 키울 수 있다고 걱정해서다.

하지만 무역전쟁이 장기화하고 양국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이제 중국은 미국의 중요한 수출품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장려하는 에너지 부문에서 미국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지난달 18일 발표한 3차 대미 보복 관세 목록에 액화천연가스(LNG)가 포함돼 미국산 LNG에는 10%의 추가 관세가 적용됐다. 지금껏 중국 정부는 수입 LNG에 20%의 관세를 매겼다. 중국은 올들어 5월까지 LNG 수입량이 일본을 제쳐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 됐다. 이에 따라 연간 기준으로도 2021년 중국이 세계 최대 LNG 수입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내년 정도로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 가주석은 최근 헤이룽장(黑龍江)성의 국유기업과 농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오쩌둥(毛澤東)시절 핵심구호 이던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중국을 자력갱생의 길로 내몰고 있지만, 이는 나쁜 일이 아니며 중국은 결국 스스로에 의지해야 한다"며 "중국은 대국으로서 식량을 자급자족하고, 경제발전과 제조업 모두 자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4/201810040219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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