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9절 김영남이 대신 연설 "트럼프 자극 않겠다는 의도"
 

북한이 9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당·정·군 고위 인사, 해외 축하 사절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권 수립(9·9절) 70주년을 자축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열었다. 병력 1만2000여명을 동원해 약 1시간 40분간 진행된 이날 열병식에는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넣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300㎜ 신형 방사포와 152㎜ 신형 자주포 등 한국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재래식 무기들을 주로 선보였다. 김정은은 당초 예상과 달리 공개 연설을 하지 않았다.

북한 전문가들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최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사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ICBM이 등장했다면 고위 축하 사절을 파견한 중국·러시아·쿠바·시리아 등 우방국이 난감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정은 대신 연설을 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핵 무력 완성보다는 경제 목표 달성을 강조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김영남은 "군도 경제 건설을 돕는 데 매진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처럼 정주년(5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에 열린 주요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연설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김정은은 지난 2월 8일 조선인민군 창설 70주년, 2015년 10월 10일 노동당 창 당 70주년,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에선 연설을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정권 수립 70주년을 성대하게 치르겠다고 공언했지만 경제 제재가 계속되면서 그럴 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비핵화 문제에 대한 언급을 의도적으로 피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10/20180910001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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