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콘퍼런스'서 연설… "남북관계, 美北관계의 부수물 아냐"
美의 대북제재 비판하며 "북핵 해결땐 특정블록 편 설 필요없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5일 "북핵에 모든 것을 걸면 남북 관계가 잘 안 되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끌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핵화와 종전(終戰) 선언 간의 우선순위를 놓고 미·북이 이견을 보이는 가운데 남북 관계 개선에 더 무게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야권에선 "북핵 위기의 본말을 뒤집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문 특보는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MBC 공개 홀에서 열린 '보이는 미래 콘퍼런스 2018: 동북아의 중심에서 미래를 보다' 기조연설에서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의 부수물이 될 수 없다"며 "북·미 관계가 잘 안 된다면 남북 관계를 진전시켜 북·미 관계도 잘되도록 하는 혁신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에 구애받지 말고 남북 관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는 '남북 관계 개선이 비핵화에 앞서 나가선 안 된다'는 미국의 입장과는 상반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회 세계시민교육 페다고지와 실천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문 특보는 이날 다른 행사에 참석해 “북핵에 모든 것을 걸면 남북 관계가 잘 안 되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끌어내기 어렵다”고 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회 세계시민교육 페다고지와 실천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문 특보는 이날 다른 행사에 참석해 “북핵에 모든 것을 걸면 남북 관계가 잘 안 되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끌어내기 어렵다”고 했다. /뉴시스

문 특보는 "북한에 대해 미국처럼 잘못하면 야단치는 '부정적 강화'를 적용하기보다는 칭찬하는 '긍정적 강화'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미국이 지금까지 해온 것은 '잘못한 어린애'에게 야단만 치는 것"이라며 "칭찬을 먼저 해주고, 북한이 비핵화에 구체적 진전을 보이면 제재 완화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북한이 바뀔 수 있는데 미국의 '부정적 강화' 방식 접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 등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특보는 "남북 관계가 좋아져야 한다. 남북 관계가 나빠지면 우리는 미국하고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우리는 북한의 위협이 있다면 미국과 같이 갈 수밖에 없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특정 블록의 편을 설 필요가 없다"고 했다. 북핵이 해결되면 한·미 동맹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

문 특보는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으로 '신냉전(新冷戰) 질서'가 생기면 지금은 미국과 함께 가고 있지만, 중국을 무시할 수 있겠느냐는 국내 정치 논쟁이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협력이 절실하다"면서도 "동북아 지역 국가가 가장 많은 혜택을 볼 때는 미국과 중국이 협력할 때이며 또 남북 관계가 좋아져야 한다"고 했다.

다만 문 특보는 종전 선언과 관련해 "얼마 전 미국 워싱턴 DC에 갔더니 종전 선언을 하면 주한 미군을 빼는 것은 아닌지 상당히 우려를 많이 하더라"며 "종전 선언은 한반도에 지속됐던 전쟁이 끝난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고, 평화협정이 만들어질 때까지 정전협정과 유엔군사령부, 군사분계선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핵을 가지면 한국에서도 핵을 갖겠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러면 일본과 대만도 핵을 갖겠다고 할 것"이라며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면 동북아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북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지만 아직 그런 리더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문 특보는 MBC와 가진 별도의 인터뷰에서 미·북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핵 신고와 종전 선언의 선후(先後) 관계에 대해 "북측에 (핵)신고를 당장 하라는 것은 아니고 갖고 있는 핵 시설, 물질, 무기, 탄도미사일에 대해 신고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 표명을 하라고 하면 종전 선언 협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충분한 협의는 됐다고 본다"고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 신고 의사 표시'만으로 종전 선언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 특보의 주장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미국 내 기류와 동떨어진 얘기"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06/20180906002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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