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더 이상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던 조치를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매티스 장관은 "국무장관과 긴밀히 공조 중이며 그의 노력을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한·미 훈련 재개가 트럼프 정부의 조율된 입장임을 시사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방북 일정을 취소한 후 미국의 대북 기조는 급격하게 선회하고 있다. 국무부는 그동안 미·북 간에 여러 대화 채널이 작동하고 있다고 했는데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 후에는 "북한의 비핵화 이행 준비가 분명해지면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한다. 미·북 간의 협상이 중단됐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키워오던 터에 김영철 통전부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편지가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적대적인 내용을 담고 있자 미·북 고위급 회담 취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미·북 관계가 싱가포르 회담 이전으로 돌아간 것이며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밝혔던 한·미 연합훈련 중단 조치도 없었던 일이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연합훈련 재개 방침을 우리 정부와 사전 상의는 물론 사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일정 취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최근 미 행정부 고위 관리는 자청해 개성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미 동맹이 이래도 되는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인 의사 결정도 문제이지만 대북 정책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며 미국의 의도를 방해한다는 미 정부의 불만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남북 관계 발전은 미·북 관계 진전의 부수 효과가 아니다"라고 말한 데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고 미 유력 언론들이 보도했다.

청와대는 이날 "9월 남북 정상회담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면서 "미·북 사이가 교착된 상황을 해결하고 난관을 돌파하는 데 남북 정상회담의 역할이 훨씬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무부 대변인은 "남북 정상회담 취소를 요구할 것이냐"는 질문에 "비핵화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상기시키겠다"고 답했다. 북 비핵화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적절하냐고 되묻는 듯한 분위기다. 이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방북을 강행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한·미 동맹에 심각한 일이 터질 수 있다. 한·미 동맹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북 비핵화 의지에 대한 공통된 인식 위에서만 가능한 일인데 한·미 두 나라 사이에 틈이 생기고 벌어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9/201808290426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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