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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낙환] 언제까지 이벤트성 이산가족 상봉할 건가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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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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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낙환 겨레하나되기운동연합 이사장
송낙환 겨레하나되기운동연합 이사장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리고 있다. 남측 상봉 대상자 89명과 북측 상봉 대상자 83명이 각각 2박3일 동안 꿈에도 잊지 못할 가족과 친척을 만난다. 상봉장에서는 70년 가까이 가슴속에 억눌렀던 설움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하지만 가족들이 오랜만에 만나는데 왜 TV 중계가 필요한가. 상봉 기간 중에도 자유롭게 만나는 게 아니라 만나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어 그 시간 외에는 만날 수도 없는 형식적 행사 아닌가. 상봉 이후는 어떤가. 그 오랜 세월 생이별했다가 짧은 시간 만난 가족들은 다시 헤어져 서로 깜깜무소식이 된다. "죽지 말고 다시 만나자"는 부질없는 약속도 못한다. 상봉 행사를 마친 이산가족들은 "북으로 돌아간 가족들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더 답답하다"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이산의 한(恨)을 푼 게 아니라 더 큰 회한을 가슴에 안고 발길을 돌린다.

이산가족 상봉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금강산 등지에서 일회적이고 제한적인 이벤트성 상봉 행사를 열고 TV로 공개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가족 상봉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언론은 상봉 정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만남이 정례화된다 해도 마치 구경거리가 생긴 것처럼 진행되는 이벤트성 행사에 이산가족들이 내몰리고 아쉬운 만남 이후 또다시 기약 없이 이별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연락을 주고받고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자유 상봉 또는 수시 상봉 방식이 되어야 한다. 장소는 금강산 면회소로 하면 될 것이다. 남북에서 가족 단위로 상봉을 신청하면 언제든지 금강산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방식으로는 설사 상봉을 정례화해도 1년에 몇 번 등으로 한정해 많은 이산가족은 상봉 기회를 얻기 힘들 것이다. 7월 말 기준 13만2603명이 상봉 신청을 했으나 이 중 7만5741명(57%)이 고령으로 사망했다. 생존자 5만6862명은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상봉 행사를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 2000년 8·15상봉 이후 20차례 상봉에 참가한 사람은 1956명에 불과하다. 지금 이산가족 생존자 중 70대 이상이 8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남아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상봉 행사에서도 우리 측 이산가족 89명 중 90대 이상 고령자가 33명에 이르렀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건강 상태 때문에 상봉에 불참하거나 늦게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

정부 차원의 상봉이 불규칙하고 찔끔찔끔 이루어지다 보니 위험을 무릅쓰고 민간 통로를 통해 상봉한 이산가족도 많다. 통일부에 따르면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1990년부터 최근까지 민간 통로를 통해 상봉한 이산가족이 3402명에 이른다. 민간 통로를 통해 3866명의 생사가 확인되었고, 서신 교환이 이뤄진 것은 1만1467건에 달한다.

이산가 족 문제는 정치적 성과를 이루기 위한 차원에서 다루면 안 된다. 남북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선심 쓰듯 개최되는 이벤트성 상봉 행사는 재고되어야 한다. 상봉 행사의 규모와 횟수를 확대하는 차원에 머물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 달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길 바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3/201808230380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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