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군은 우리 적(敵)'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재 "북의 핵·미사일, 사이버 공격, 테러 위협이 지속하는 한 북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 적"이라고 돼 있는데 여기서 '북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 적'이라는 표현을 빼거나 고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 군(軍) 정신교육 교재에서도 '북한 = 적'이라는 내용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부는 북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한 이듬해인 1995년 국방백서에 북을 주적으로 명시했다. 그전에도 북한군은 당연히 주적이었지만 국방백서에 표현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김대중 정권부터 문제가 생겼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2001~2003년에는 국방백서를 아예 발간하지 않았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주적을 '직접적 군사 위협'으로 바꿨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무차별 포격을 겪고서야 '북한은 적'이라는 표현이 다시 들어갔다.

지금 휴전선에서 남북 군대 100만명 이상이 대치하고 있다. 적이 아니면 왜 이렇게 하고 있나. 적대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현실에서 엄연히 적대 상태가 존재하는 것은 다른 얘기다. 북이 헌법보다 중시하는 노동당 규약 전문(前文)에는 "조선노동당의 당면 목적은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 해방과 인민 민주주의 혁명 과업 완수"라는 문구가 수십 년째 그대로다. 북에선 여전히 우리 국군이 적인데 우리는 북한군이 적이 아니라고 한다면 안보가 어떻게 되나. 일선 장병들이 정신분열증을 느끼지 않겠나. 지금 북이 축적한 핵무기가 최대 60개에 이르는 것으로 미 국방정보국(DIA)은 분석한다. 핵을 싣고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도 수백 발이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핵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유엔의 판단이다. 이달 말 예상되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서 비핵화에 진전이 있더라도 120만 북한군의 재래식 위협은 그대로 상존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은 군사 위협이면서도 평화를 이뤄내야 할 상대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청와대·통일부는 물론 국정원까지 남북 협상으로 몰려가는 상황에서 군마저 경계심을 버리면 우리 안보는 누가 지키나. 군은 안 보의 '마지막 보루'여야 한다. 북이 비핵화를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한·미 연합훈련 중단에 이어 국군 병력 12만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국군이 무엇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지를 헷갈리게 하는 조치까지 더하려 한다. 왜 이렇게 성급하게 난리인지 이해할 수 없다. 잘못된 경제 정책은 수정할 기회가 있다. 안보는 잘못을 깨닫는 순간 이미 늦은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22/20180822037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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