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 영화감독 정성산씨가 운영하던 냉면집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지난 4월 한 TV가 2014년 세월호 단식농성장 부근에서 음식을 먹는 퍼포먼스를 벌인 우파 집회를 보도하면서 정씨의 모습을 10여 초간 내보냈다. 정씨는 '뮤지컬 티켓을 나눠주러 간 것'이라고 했지만 인터넷에 정씨 냉면집 이름과 위치가 공개되면서 불매운동과 공격이 시작됐다. 새벽에 괴한이 냉면집 유리창에 스프레이를 뿌리고 정씨를 비난하는 벽보를 붙인 뒤 달아났다. 협박 전화가 100통 넘게 빗발쳤는가 하면 관할 구청에도 '바퀴벌레가 나온다' '원산지 표시가 안 돼 있다' 같은 근거 없는 비방 신고가 접수돼 정씨는 계속해서 구청 조사를 받아야 했다. 나중엔 냉면집에 투자한 동업자들 회사로 '세무조사 받게 하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동업자들의 하소연에 결국 폐업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집요하고 모진 폭력이다.

정씨는 1994년 북에서 한국 방송을 들었다는 이유로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갔다가 이듬해 탈북했다. 그는 수용소 실상을 담은 뮤지컬 '요덕스토리'와 영화를 만들어 북한의 처참한 인권 실태를 고발했다. 이런 활동을 한 사람을 '위험 인물'이라며 비방하고 동업자들을 찾아내 말도 안 되는 협박을 퍼붓는 사람들이야말로 사회 질서를 해치는 위험 인물들이고 비난받아 마땅할 텐데 현실은 거꾸로다. 정씨를 겨냥한 폭력에 대해 검찰·경찰은 구경만 한다. 목숨을 걸고 사선(死線)을 넘었던 정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몸과 마음이 다 망가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아내는 "다 접고 이민 가자"고 했다고 한다. 정권 한 번 바뀌었다고 세상이 이렇게 달라진다면 과연 민주 사회가 맞나.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6/201808160424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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