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회담]
"회담 공개하자" 돌발 제안에 조명균 "내가 수줍음 많아…" 거절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제4차 남북 고위급 회담은 북측 수석 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원맨쇼를 하듯 분위기를 주도했다. 리선권은 시종일관 여유를 부리며 언론에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그는 회담 시작 전부터 '회담 공개'를 주장하면서, 난색을 표한 우리 측 수석 대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면박을 줬다. 또 회담이 끝난 뒤에는 "(이날) 북남 회담 등에서 제기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상회담) 일정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왼쪽에서 둘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왼쪽에서 둘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리선권은 이날 전체회의 전 모두 발언에서 "골뱅이 갑(겉껍데기) 속에 들어가서 하는 것처럼 제한되게 하지 말고 공개되게, 투명되게, 사실이 보다 공정하게 알려질 수 있게 회담할 필요가 있다"며 언론에 회담을 공개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언론이 어떻게 선도하느냐에 따라 좋은 것이 나쁜 것으로 와전될 수 있고 선의적인 게 악의적으로 매도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남측 언론이) 고의적으로 그러기야 하겠나. 회담 실황을 모르니까 추측한 게 이렇게 (보도가) 잘못되지 않았는가 혼자 생각해 봤다"고도 했다.

리선권은 지난 6월 고위급 회담 때도 우리 측에 회담 공개를 요구했었다. '회담 공개' 카드로 기선 제압을 하면서 동시에 남측 언론의 보도에 불만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조명균 장관은 기본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서로 간에 툭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자면 고려할 부분이 있고, 무엇보다 제가 수줍음이 많아서 기자들, 카메라 앞에서 말주변이 리 단장님보다 많이 못하다"고 했다. 회담 공개를 완곡하게 거부한 것이다.

그러자 리선권은 "시대와 민족을 선도하자면 당국자들 생각이 달라져야 된다. 태도가 달라지면 하는 일도 달라진다"면서 "성격과 말주변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결국 조 장관의 비공개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다음번부터는 꼭 기자들 있는 자리에서 하자. 그러면 오보가 나올 수 없고 편파 보도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양측 대표는 이날 전체회의 전 모두 발언에서 사자성어와 속담을 주고받았다. 리선권은 "소싯적에 수수대로 말을 만들어서 뛰어다닐 때부터 한 것을 '막역지우'라고 하는데 북과 남이 이런 관계"라고 했다. 이에 조 장관은 "북측 속담에 한배를 타면 한마음이 된다는 속담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서로 같은 마음으로 해 나가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회담 말미엔 리선권이 또다시 압박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북이 제기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예상치 않았던 문제'들이 생길 것이라며 "조명균 선생이 돌아가 필요한 조치를 취해서 북과 남의 모든 일정이 진척되게 제 할 바를 다하자는 것을 특별히 이야기한다"고 했다. "9월 예정된 평양 수뇌 상봉과 회담 때 각자 책임을 다하고 떳떳한 마음으로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대북 제재 완화 등과 관련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한 것이다.

리선권은 이날 회담 후 '예상치 않았던 문제'와 관련한 남측 기자단 질문에는 "그건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남북 경제협력이 대북 제재로 막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대북 제재 거론하는 남측에 물어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남북 정상회담 일정에 관해선 "기자 선생들 궁금하게 하느라 날짜를 말 안 했다"며 "궁금해야 취재할 맛이 있지. 내가 하도 취재에 잘 응하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14/20180814002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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