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국방수권법 통과
 

미국이 중국의 군사·경제·문화적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압박의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미 연방 의회는 1일(현지 시각) 중국의 환태평양훈련(림팩·RimPac) 참여 금지와 미국 내 투자 감시를 강화하는 내용의 2019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미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중국 제재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의회는 이를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중(對中) 제재로 보고 있다"면서 "세계가 '중국·러시아와의 파워게임에서 미국이 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미국이 받아들인 것으로 백악관과 의회가 모처럼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론을 신속히 내렸다"고 평가했다.

국방수권법은 다음 회계연도 국방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내비게이터다. 그러나 이 법의 더 근본적인 취지는 '미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에 정치·군사적 제재를 가하도록 법률로 허용하는 것'으로 미국이 적성국에 대해 어떤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해갈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이번 국방수권법에선 중국이 남중국해 군사기지화를 중단할 때까지 미 해군 주도의 림팩에 중국의 참가를 금지키로 했다. 림팩은 하와이 근해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다국적 해상 합동 훈련으로 미 동맹이든 아니든 참여할 수 있다. 중국을 배제한다는 것은 '현 남중국해상 활동은 세계에 대한 적대 행위'라는 강력한 경고다. 또 중국이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만, 중국과 국경에서 충돌 중인 인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획기적이라고 평가하는 항목은 미 정부 기구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중국의 미국 내 모든 투자가 미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하고, 미 기업들의 핵심 기술의 수출을 통제토록 한 것이다. 이 조항은 미 기업들이 '중국이 미 기업에 산업 스파이를 심거나 물품 수입을 대가로 기술 이전·유출을 강요한다'며 의회에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문화 공격'에 대한 방어 의지가 법으로 표출된 것도 특기할 만하다. 미 정부의 중국 관련 연례 보고서에 '중국의 미국 미디어와 문화·기업·학술·정책 연구 분야에 대한 영향력 강화 사례'를 담도록 해 중국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로 했다. '미 대학 내 중국 연구소에 대한 미 정부의 자금 지원을 제한하라'는 항목도 있다. 중 정부가 미 주요 대학에 개설한 공자학원이나 중국어 프로그램이 공산당 선전 도구가 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번 법안에선 미 핵심 기술 유출과 이란·북한과의 거래로 제재를 받았던 중 통신 기업 ZTE(中興)에 대한 미국과의 거래 금지 조항이 최종 누락돼 논란도 일었다. ZTE가 이미 미 국내법 위반으로 벌금 10억달러를 냈고, 미 통신 기업의 수출길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다.

이날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무역 전쟁의 수위도 한층 높였다. 1일 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수입 물품 2000억달러어치에 대해 추가 관세를 당초 계획한 10%에서 25%로 대폭 확대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미 미국이 중국 물품 500억달러어치에 대한 추가 관세를 집행하고 있는 와중에 중국의 연 대미 수출액 5000억달러의 절반에 대해 고율 관세로 초토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트럼프의 무역 전쟁에 대한 근본적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격에 대해선 의회나 기업에서 큰 저항이 없다고 언론과 연구 기관들은 분석한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EU·캐나다·멕시코 등 동맹에 대해선 무역 전쟁의 수위를 낮춰가면서 중국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전쟁은 미국의 경제지표는 강화된 반면 중국은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자신감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3/20180803001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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