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중국에 지원사격 요청"
양제츠의 방한 후인 20~22일 정의용 실장, 美 가서 볼턴 접촉
 

양제츠
중국 외교 수장인 양제츠(楊潔篪·사진)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주임이 이달 중순쯤 극비 방한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종전 선언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이후 정 실장은 미국을 방문해 이 문제를 협의했고, 이어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북했다. 물밑에서 남·북·미·중 간에 종전 선언 논의가 숨 가쁘게 전개된 것이다. 양제츠의 방한과 관련, 한·중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은 "종전 선언과 관련한 북한의 '지원 사격'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중국은 원래 종전 선언보다는 법적 구속력을 지닌 평화 협정 체결을 통한 평화 체제 구축에 더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줄곧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미·북 평화 협정 협상의 병행'을 뜻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북한은 '체제 보장' 차원에서 단시일 내에 실현 가능한 종전 선언이 필요하다며 중국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제츠의 방한 후인 20~22일 정의용 실장은 비공개로 미국을 찾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정 실장의 귀국 후인 25~27일에는 쿵쉬안유가 북한에 가서 리용호 외무상을 만났다. 우리 정부는 조만간 쿵쉬안유를 접촉해서 방북 결과에 대한 설명도 직접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물밑 접촉에서 종전 선언을 둘러싼 각국의 입장 차이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기 위해 종전 선언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지만, 미국은 "북한의 핵 신고 등 본질적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종전 선언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도 북한의 바람처럼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앞장서서 종전 선언 문제를 밀어붙이면 자칫 미국이 북한 비핵화가 지연되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자신들에게 물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6일 쿵쉬안유가 리용호를 만난 후 중국 외교부가 내놓은 결과 발표에도 종전 선언이란 표현은 없었다. 쿵쉬안유는 "중국 측은 (당사국) 각 측과 함께 공동으로 노력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체제 건립 프로세스를 추진하기를 바란다"고만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중국이 종전 선언 협상에도 참여할 경우, 한·미 동맹이나 주한미군처럼 자국의 이익에 직결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의 참여로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만약 종전 선언을 한다면 미·북 양자 차원을 선호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를 계기로 남·북·미·중 간에 비핵화와 종전 선언 문제가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이 회의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리용호 북한 외무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모두 참석해 다양한 형태의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31/20180731002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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