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각)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원할 경우 아무런 전제 조건 없이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5월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로하니 대통령은 전쟁 불사까지 언급하며 설전을 벌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날 의향이 있나’라는 질문에 “그들(이란)이 만남을 원하면 나는 이란과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핵협정을 끝냈고 (따라서) 그들이 만나길 원할 것”이라며 “나는 그들이 만나길 원하면 언제든지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종이 낭비가 아니라 의미 있는 뭔가를 이뤄낼 수 있다면, 확실히 만날 의사가 있다”며 “(대화는) 미국에도 좋고, 이란에도 좋고, 전 세계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6일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부활을 앞두고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이란 측에 대화를 할 여지가 있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1979년 이란 혁명 이듬해인 1980년 미국은 이란과 단교했다. 이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대통령을 만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3년 로하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한 것이 전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오른쪽) 이란 대통령. /조선DB

앞서 두 정상은 지난 22일 서로를 향해 맹비난하며 갈등을 키웠다. 당시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과의 무력 충돌은 중동 전체로 걷잡을 수 없게 번지는 전쟁의 시작임을 암시하며, “트럼프씨(Mr. Trump), 사자의 꼬리를 갖고 놀다간 영원히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절대, 절대로, 미국을 협박하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이란은 역사를 통틀어 겪어본 적이 없는 결과를 맞을 것이다”고 맞받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최근 만남을 성공적인 정상회담의 예로 들면서, 로하니 대통령과도 만나 새로운 핵협상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나는 회담을 믿지만 아직 이란이 준비가 돼 있는 지 모르겠다”면서 “이란은 현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지금의 낡은 협정구조로는 이란의 핵폭탄을 막지 못한다”며 미국 등 6개국이 2015년 이란과 맺은 핵 합의에서 탈퇴했다. 트럼 프는 이란의 이라크·시리아 내 무장세력 지원 중단 등 12개 조건을 추가로 내걸었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불응 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 달 6일 금융 제재를 시작으로 오는 11월 4일부터 국제사회의 이란산 석유 수입이 중단되면, 연말까지 이란의 석유 수출 물량은 3분의 2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31/201807310034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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