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이 세계 경제 위협… 피해액 과소평가는 禁物… 最惡 가정하고 비상 계획 세울 때
美, 한국 자동차에 관세 부과하면 우리도 日·유럽과 연합하고 러스트벨트 대표 품목에 보복해야
 

허윤 서강대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허윤 서강대 교수·한국국제통상학회장
미·중 무역 전쟁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제 초기 단계인데 종전(終戰)까지 갈 길은 멀고 험하다. 특히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으로까지 전선(戰線)을 확대하면서 미국발(發) 무역 전쟁은 참전국이 늘고 장기화하는 양상이다.

중국에 이어 멕시코·캐나다는 미국의 관세 폭탄 투하에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 총수출액의 61%, 약 94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상품을 수입하는 나라들이다. 반면 미·중 무역 전쟁의 부수적 피해가 클 것으로 알려진 한국과 일본, 대만은 여전히 미국과의 양자협상에 큰 비중을 두고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과 중국의 굴기(崛起)라는 동아시아의 급격한 지형 변화가 이들에게 워싱턴과의 전략적 협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전쟁은 아픈 상처를 남긴다. 무역 전쟁도 예외가 아니다. 올 1월 세탁기, 태양광 패널 등에 대한 미국의 긴급 수입 제한 조치는 이후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최근에는 자동차와 우라늄 조사로 번지고 있다. 수출 기업들의 비명이 지구촌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미국이 반도체를 공격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트럼프는 동시에 불공정 무역 301조에 의거해 해마다 미국에 수입되는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단계별로 현실화하고 있다.

문제는 무역 전쟁의 피해가 관세 부과에 따른 교역 축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의 증가는 자본 흐름의 단절과 환율 및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보험업계의 혼란과 맞물려 투자 위축과 공급망 재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첨단 기술을 둘러싼 국제 투자나 기술 협력의 승인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의 결과에 관계없이 트럼프는 보호주의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경제 여건의 호조로 재선 가능성이 커진 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트럼피즘(Trumpism)의 피해자들이 그의 정치적 핵심 지지 기반을 위협하지 않는 한 그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을 것이다. 반면 중국에는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다. 제조업 성장 둔화와 기록적인 기업부도율로 고민이 많은 중국에 미국과의 무역 전쟁으로 수출 급감과 투자 부족까지 겹친다면 쌓인 불만이 폭발할지도 모른다. 결국 시진핑은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방식으로 정전(停戰)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향후 위기를 타개할 우리의 전략과 대책은 무엇인가?

우리 기업들은 이제 한·미 정부 간 협상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 변화한 통상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우리 정부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한 철강 관세 면제국 지위를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2015~2017년 평균 수출 물량의 70%인 263만t으로 축소된 수출량 쿼터를 처음으로 받았다. 이로 인해 작년 수출 물량의 51%만 할당받은 강관업체들은 올해 수출 물량을 이미 다 채운 상태다. 결국 상당수 기업은 한국을 떠나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식으로 위기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들을 붙잡아 둘 획기적인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 외부 요인에다 지금처럼 반(反)기업적 정부 시책이 겹쳐지면 우리 기업들의 탈(脫)한국 행렬이 가속화할 것이고 실업난도 악화될 것이다.

양자 협상의 기본은 '주고받기'이다. 상대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양보할 카드를 찾기보다 '눈에는 눈(tit-for-tat)' 방식의 보복을 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쿼터를 할당하면 우리 정부도 이에 맞서 미국산 쇠고기와 과일, 할리 데이비드슨 등 미국 팜벨트와 러스트벨트의 대표 품목에 보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 EU·일본 등 피해국들과 연합해 다자(多者)주의 대오를 지키면서 WTO(세계무역기구) 재건에도 나서야 한다. 일본 주도의 11국 메가 자유무역협정인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준비도 늦출 수 없다. 21세기 디지털 무역 질서를 관장할 CPTPP의 가입은 향후 미국과 중국을 다자적으로 압박하기에 좋은 채널이다.

무역 전쟁에 대한 과도한 우려도 금물이지만 지나치게 안이한 낙관론 또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역 전쟁의 피해 규모에 대한 많은 연구가 실제 피해액을 과소 추정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투자나 금융 등 관세 외 영역을 계량화하기가 쉽지 않은 연구 방법론상의 난점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비상계획을 수립해야 할 때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7/20180727035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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