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협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이산 상봉 등서 예외 인정했다고 대북 제재 해제 의미는 아니야"
 

한국을 방문 중인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26일 오전 남북 경제 협력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대북 경협에 너무 앞서 나가지 말라"는 미국 정부의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이날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오전 8시 30분부터 한 시간가량 열린 램버트 대행과의 간담회에는 코레일, KT, 포스코, 코오롱, 한라와 개성공단기업협회 등 남북 경협 기업 관계자 15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램버트 대행은 상당히 강경한 어조로 미국 측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한다. 주된 메시지는 '남북 교류 분위기와 무관하게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있으며, 제재 해제 이전에 성급하게 대북 경협을 진행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이었다. 램버트 대행은 특히 최근 우리 정부가 유엔 안보리 등에 제재 예외를 요청해서 인정받은 사례들을 언급하며 이것이 '제재 완화나 해제'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최근 이산가족 면회소 개보수와 남북 군 통신선 복구를 위한 연료·물자·차량 등의 이동에 관해 안보리 대북 제재 예외를 인정받았다. 램버트 대행은 이런 사례를 거론하며 "이것이 대북 제재 해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26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램버트 대행은 외교부 방문에 앞서 남북 경제 협력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남북 경협에 너무 앞서나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 램버트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이 26일 오전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램버트 대행은 외교부 방문에 앞서 남북 경제 협력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남북 경협에 너무 앞서나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램버트 대행은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는 계속 강력하게 이행되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될 때까지 제재는 계속한다는 것이 미국의 원칙"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꺼냈다. 또 램버트 대행은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으려면 민간 기업들이 북한과 교류 사업을 추진할 때 반드시 정부와 사전 협의를 하고, 필요하면 미국 측에도 직접 문의해 달라"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램버트 대행은 우리 기업인들의 질문도 받았다고 한다. 남북 경협 기업인들은 '언제 비핵화가 진전되겠는가' '경협 준비를 위해 제재를 일부 완화해 줄 수는 없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서는 '제재와 무관하게 재산권 차원에서 개성공단에 가서 시설 점검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램버트 대행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남북 경협 기업인은 "말로는 협의하라고 했지만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로 미국의 독자 제재가 풀릴 때까지 남북 경협 사업은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들렸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비핵화 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돼 모든 제재가 해제되기 전에는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램버트 대행이 남북 경협 기업인들을 만난 것은 '경고성'이라기보다 혹시 우리 기업들이 대북 사업을 추진하다가 제재를 위반해서 세컨 더리 보이콧 등을 당하지 않도록 미리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램버트 대행 방한 직전인 25일 오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통화를 했다. 미 국무장관이 외교부 장관이 아닌 통일부 장관과 접촉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두 사람은 대북 제재 준수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7/201807270035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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