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버지가 옆방에 계세요. 한 번 만나보시겠어요?”

지난해 4월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도널드 트럼프의 장녀인 이방카의 이 한 마디에 기사회생의 기회를 얻었다. 세계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총재는 지난해 초까지만해도 좌불안석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유세 당시부터 ‘세계화의 첨병’으로 여겨지는 세계은행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공공연하게 분담금을 삭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던 탓이다. 최대 기여국인 미국이 분담금을 줄이면 세계은행이 추진 중인 주요 프로젝트가 줄줄이 타격을 입게 돼 어떻게 해서든 트럼프의 마음을 돌려놔야했다. 가뜩이나 강도 높은 조직 개편으로 내부 직원들의 불만이 커진데다, 불륜설까지 휘말려 궁지에 몰렸던 김 총재 입장에선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이방카 /세계은행

고민이 깊어지던 와중에 김 총재는 트럼프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이방카에게 접근했다. 이방카는 김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여성 기업인 펀드’를 조성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세련된 이미지를 원하는 그에게 세계은행이라는 후광은 이미지 쇄신을 위한 도구로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백악관 뒷얘기를 다룬 ‘화염과 분노’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 중 그 누구도 트럼프 일가에 이런 아이디어를 제안한 적이 없다고 한다. 세계은행이 부랴부랴 10억달러 규모의 여성 기업인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둘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여성에 대한 투자가 전 세계의 부를 증진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칼럼을 공동 기고하기도 했다.

이후 이방카는 김 총재와 트럼프 대통령의 면담을 주선했고, 김 총재는 트럼프와의 면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인프라 투자’ 정책의 고문역을 맡을 전문가를 뉴욕으로 급파했다.

그렇다면 김 총재의 고민은 해결됐을까. 백악관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예산안에서 미국이 세계은행에 지원키로 한 분담금 11억 달러를 매년 1억달러씩 삭감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는 예산 정책을 180도 바꿔 IFC, IBRD 등 세계은행 산하 조직에 수백억달러를 증자(增資)하는 방안에 참여키로했다. 이방카를 구슬려가며 ‘트럼프 조련’에 성공한 것이다.

◇ “트럼프의 귀를 쟁탈하라”

이처럼 세계 곳곳에선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다양한 ‘트럼프 조련’ 전략들이 펼쳐지고 있다. 김 총재처럼 이방카를 공략하는 전략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행동을 따라하는 ‘미러링’ 전략까지 지도자마다 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성격과 이해관계를 파고들어 이익을 관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디지털편집국 국제부는 전문가들의 분석 등을 토대로 각국 지도자들의 ‘트럼프 조련’ 전략의 특징과 성과를 분석했다.
 
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 ‘음지의 조력자’

☞전략: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핵 협상 파기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합의한 이란 핵협정(JCPOA)을 파기하고 싶어했으나, 명분이 부족했던 게 고민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요원 20여 명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있는 한 창고 건물을 급습해 이란 정부의 과거 핵무기 개발 자료를 빼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정보들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겼다. 또한 생방송으로 전 세계에 이 자료를 공개하며 “이란 핵협정이 핵 개발을 계속해왔으며, 핵 협정은 거짓말에 기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5월 8일 이란 핵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4월 TV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이 2015년 국제 핵 합의를 어기고 핵무기 개발을 계속해 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입수했다”며 CD 183장과 무게 500㎏ 분량의 문서 등 자료를 공개했다. /조선DB
☞성과: 트럼프 대통령은 표면적으로나마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했던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 기조를 친(親)이스라엘 정책으로 확 틀었다. 지난해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발표하고, 그 후속 조치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던 게 대표적이다. 조지 W 부시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나, 실제 실천에 옮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팔레스타인에선 수개월 전부터 유혈 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강경 진압으로 대응하고 있다.

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체면 살려주기’

☞전략: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한 발짝 물러서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여러 차례 살려줬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미·북 정상회담을 열지 못하겠다고 밝혔을 땐, 9시간 만에 정상회담 계속 추진 의지를 담은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에 “위임에 따라”라는 표현을 넣음으로써 김 위원장의 뜻임을 분명히 했다. 당시는 북한이 국제 기자단을 불러놓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한 직후였던 터라 북한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미국으로 급파하는 등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한 수 접고 들어가는 듯한 유화 제스처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보통 편지보다 큰 크기의 친서를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친서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트위터
☞성과: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은 채 미국 등 외부의 압박을 누그러뜨리고, 국제적으로 보다 폭넓은 인정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김 위원장은 공인받은 국제 지도자로 데뷔를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은 무뎌지는 한편, 대북 제재가 헐거워지면서 국제적 고립에 따른 고통도 누그러지는 중이다. 또한 냉랭했던 북·중 관계도 해빙됐고, 양국이 상호 이익을 위해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③ 엠마뉘엘 마크롱 (★★): ‘트럼프 미러링’

☞전략: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회담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모방해 기싸움을 벌인다.
이기기 위해 먼저 상대방을 제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는 게 그만의 전략이다.

두 정상의 '악수 싸움'은 유명한 일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5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강하게 움켜쥐고 위아래로 흔들어댔다. "작은 것도 쉽게 양보하지 않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이 반영된 몸짓이었다. 이후에도 악수 싸움은 두번 더 반복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이 쓴 책 '거래의 기술'을 읽었더니 협상에서 지렛대를 얻기 위해선 우리가 먼저 보복을 해야 한다더라"고 응수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G7 정상회의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성과: 마크롱 대통령은 ‘기 싸움’ 과정에서 수시로 등·어깨·손 등을 맞잡으며 스킨십을 과시할 정도로 친분을 쌓았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이렇다할 가시적인 성과는 못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마크롱 대통령의 거듭된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 핵합의 탈퇴를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200개 국가가 참여해 지구온난화를 막는 ‘파리기후협약’도 탈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에 관해) 수개월 내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했다”고 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뜻대로 마음을 바꿀 지는 미지수다.

④ 아베 신조 총리 (★★): ‘예스맨 전략’

☞전략: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찰떡 공조’를 과시하는 데 역점을 뒀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그의 별장을 가장 먼저 방문하는 등 전 세계 그 어떤 정상들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많은 공을 들였다. 두 사람은 각각 ‘신조’ ‘도널드’라고 금실로 수놓은 모자를 쓰고 함께 골프를 치는 한편, 함께 정원에서 잉어밥을 주는 모습도 연출했다.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밀월 관계’를 과시했던 것과 비슷한 구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이나 대북정책을 두고 갈등 요소가 분출됐으나, 공개석상에서 이를 단 한번도 문제 삼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도쿄 아카사카 궁에서 '코이 잉어'가 사는 연못에 들러 사료가 든 나무 상자를 거꾸로 들고 잉어밥을 뿌리고 있다. /조선일보 DB
☞성과: 그러나 과거와 달리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돌려놓는 데는 애를 먹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일본에 불리한 정책을 고수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에도 대통령 경제보고서에서 일본의 자동차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한편, 최근 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강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관세 폭탄 유예 대상에서도 일본을 제외시켰다.

북핵 문제를 두고도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으로 미·북 정상회담을 결정하고, 아베 총리에게 이를 사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핵심 관심사인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와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등 한반도 정책에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형국이다.

⑤ 손정의·궈타이밍(★★★): ‘퍼스트 무버’

☞전략: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었던 시절부터 미국에 ‘통 큰’ 투자를 약속했다. 손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규제를 많이 완화할 것으로 보여 투자를 결심했다”며 미국에 약 720억달러(약 81조원)를 투자했다. 궈 회장도 폭스콘 생산기지를 미국 본토에 건설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운동 때부터 애플에 “제품 생산을 폭스콘에 위탁하지 말고 미국에 직접 공장을 세우라”고 재촉하자 궈 회장이 미국 본토에 직접 투자하면서 선제 공격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12월 6일 대통령 당선인이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선DB
☞성과: 지난 6월 폭스콘은 미국 위스콘신주 생산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이건 세계 8대 불가사의”라며 흡족해했다. 공장 유치로 위스콘신주에 일자리 1만5000개와 34억달러(3조7800억원) 수준의 경제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궈 회장 ‘결단’에 대한 보답으로 각종 규제 조치를 완화하고 30억달러(약 3조3600억원) 규모의 세금감면 혜택도 주기로 했다. 반면, 손 회장은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지만, 손 회장의 숙원 과제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은 미 의회가 제동을 걸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⑥ 앙겔라 메르켈 (★): ‘독일식 훈육’

☞전략: 원칙주의자인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정교사’ 같은 이미지로 다가가고 있다. 그는 트럼프에게 당선 축하 메세지를 보낼 때부터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공세에도 조목조목 차분하게 반박한다.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독일은 러시아의 포로”라고 공격하자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모든 일을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은 미국의 적”이라고 하자 메르켈 총리는 “나는 그런 단어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침착하고 정중한 태도로 트럼프를 설득하려는 게 메르켈 총리의 스타일이다.

 
좁은 탁자를 짚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응시하고 있다. /조선DB
☞성과: 마치 어린 아이를 대하는 듯한 메르켈 총리의 이러한 화법은 자존심이 센 트럼프 대통령의 체질과는 영 맞지 않는 것이었을까. 두 정상은 나토 방위비 분담 문제뿐만 아니라 무역, 환율, 난민 문제 등 핵심 현안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독일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위비 문제에서 무임승차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독일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매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12일엔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즉각 증액하지 않으면 미국이 국방 문제에서 단독으로 행동할 수 있다”며 탈퇴를 시사했다.

⑦ 시진핑 (★):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전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주변국의 위협에 맞대응 혹은 선제 타격을 가하는 것은 중국 외교의 오랜 원칙인데,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는 반드시 후속 대응을 하는 형식을 취해 피해자처럼 보이려 안간힘을 쓰는 게 특징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산 제품에 동일 규모, 동일 세율로 보복 관세를 부과 중이다. 관세 발효 시각도 미국 시간에 맞추는 등 디테일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몇년 전 한국·대만·일본을 상대로는 관광 금지 등 ‘선제 타격’을 가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조선DB
☞성과: 중국의 맞대응 전략으로 인해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 공식화한 중국을 향해 부과한 관세 대상 품목은 2500억달러어치다. 이는 지난해 미국 대중(對中) 수입액 5050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은 관세 부과 대상 제품도 산업재에서 소비재까지 넓혔다.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⑧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약점 쥐고 밀당’

☞전략: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우면서도 먼듯한’ 관계를 유지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그를 치켜세워왔다. 2015년엔 기자들에게 “트럼프는 의심할 여지없이 영리하고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에는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성취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지난 3월 초 러시아가 핵무기 현대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핵미사일이 플로리다주에 쏟아지는 영상을 공개해 트럼프를 도발했다. 플로리다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마라라고리조트가 위치한 곳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러시아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의혹)’에 민감한 점을 역이용해 지난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선 과감한 제안을 쏟아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성과: 7월 16일 개최된 미·러 정상회담은 푸틴 입장에서 최대 성과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으로 각종 제재를 받아 관계가 틀어지면서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와중에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급기야 “푸틴 대통령은 (선거 개입은) 러시아가 한 일이 아니라고 했고, 러시아가 그럴 이유도 없다”며 러시아 편을 드는 말실수를 하기도 했다.

국내 정보기관의 첩보를 깡그리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으로 국내 정치권 및 언론으로부터 엄청난 역풍을 맞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올 가을 푸틴 대통령을 미국으로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⑨ 문재인 대통령 (★★★★ 혹은 ★): ‘노벨상은 당신이 받으세요’

☞전략: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기회 있을때마다 공개 석상에서 치켜세웠다. 지난 4월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는 “노벨 평화상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받으면 되고 우리는 평화만 가져오면 된다”고 했다. 지난 5월 정상회담에서 “‘힘을 통한 평화’라는 대통령님의 강력한 비전과 리더십 덕분에 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게 됐다”며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시기 때문에 지난 수십 년 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바로 트럼프 대통령께서 해내시리라고 저는 확신한다”고도 했다. 다소 낯 간지러운 평가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칭찬을 반색하며 좋아하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조선DB
☞성과: 문 대통령은 의도대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성공적으로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고, 북한으로부터 더는 한국에 위협을 가하거나 공격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아냈다. 그러나 아직 미·북 회담의 핵심이었던 북한의 비핵화 이행이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한 채 안갯속을 달리고 있어 성과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북한이 약속대로 비핵화를 실현한다면 문 대통령의 ‘칭찬 외교’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겠지만, 반대로 과거처럼 북한이 약속을 깨고 비핵화 이행을 거부한다면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도록 시간을 벌어준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트럼프 애청 프로그램 나와 호소하던 英 외무장관

물론 모든 조련 전략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언뜻보면 기발해보이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들도 많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무장관(★): ‘트럼프 애청 프로그램 출연’

☞전략: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 협정 파기를 기정사실화한 지난 5월. 존슨 당시 영국 외무부 장관은 폭스 비즈니스 채널이 매일 오전 6시부터 방영하는 뉴스 ‘폭스 앤 프렌즈’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란 핵 협정을 탈퇴하지 말아달라” 호소했다. 당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 협정 탈퇴를 만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 앤 프렌즈’를 매일 즐겨본다는 점에 착안해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출연을 자청했다.
 
보리스 존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애청 TV쇼에 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폭스뉴스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전 장관의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 핵 합의 파기를 강행했다. 그 결과, 존슨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폭스 앤 프렌즈’에 출연한 데 따른 국내 비판에 직면해야 했고, 인터뷰 과정에서 자신의 보스인 테레사 메이 총리의 이민 관세 정책을 공격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존슨 전 장관은 브렉시트의 방향을 두고 메이 총리와 갈등을 겪은 끝에 이달 초 사임 의사를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25/20180725010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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