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 시각) 핀란드 헬싱키에서 첫 단독 정상회담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이 ‘대북제재’를 둘러싸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북한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느슨해진 대북제재의 고삐를 다시 죄고 있다. 반면 한반도 안보 정세가 미·북 주도로 흘러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러시아는 대북제재 해제 논의를 요구하며, 북한 이슈에서 배제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 트럼프 “서두를 것 없다”…대북제재 강화 움직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가 장기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17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며 당초 공언해왔던 ‘단기간 일괄 타결’에서 한참 후퇴한 발언을 했다. 그는 18일에도 트위터에 “비핵화는 서두를 것이 없다”고 썼다. 16일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도 “서두르면 오븐에서 칠면조를 빨리 꺼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 비핵화 장기전에 대비해 대북제재를 다시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재가 해제될 경우, 향후 협상 주도권은 물론 비핵화 관철도 힘들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CNN

미 정부는 지난 12일 유엔 제재위원회에 보낸 보고서에서 지난 올해 북한에 최소 76만배럴의 석유가 반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를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국무부가 지원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연일 북한산 석탄을 수송한 선박이 한국을 수십차례 드나들었는데도 적절한 억류조치가 없었다고 보도하는 점도 한국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오는 20일 미국 뉴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을 상대로 대북제재 이행과 북핵 협상 경과 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유엔 회원국 전체에 흔들림 없는 대북제재 이행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 러시아 “대북제재 풀리면, 北 현대화 도울 것”

그러나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완화를 추진해 한반도 이슈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려는 모양새다. 그동안 러시아 정부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하는 등 북·러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밝혀왔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주재 러시아 대사는 17일 러시아 리아보노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긍정적 변화가 있는 것은 명백하다”며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대북제재 해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마체고라 대사는 러시아가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대북제재가 풀리고, 북한이 에너지 시스템의 현대화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면, 이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러시아 외에 다른 국가들에서는 이미 대북제재 목록에 오른 인물을 삭제하는 등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중국도 6·12 미·북 정상회담에 따른 비핵화 관련 진전을 이유로 지난달 28일 안 보리의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언론성명 발표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비핵화를 위한 민감한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 언론 성명 추진을 무산시켰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부터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포기를 압박하기 위해 북한의 관련 인사 및 경제에 대한 전방위 제재를 대북 결의를 통해 강화해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19/201807190090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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