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마친 '풍계리' 폭파 이어… 낡은 '영변' '동창리' 시설 가동
"北, 美감시망 알아… 하나씩 선심쓰며 비핵화 시간 질질 끌 듯"
 

5일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이 밝힌 합동참모본부의 보고는 최근 미국에서 이어진 '북한의 핵 활동 계속 의혹'에 관한 보도를 뒷받침해 주는 내용이다.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군 핵시설과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등을 정상 가동 중이라는 점이 한·미 정찰 자산을 통해 확인됐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밝혔지만 최근 행태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일부에선 북한이 과거처럼 다시 '위장 평화 공세'를 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없지 않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결국 비핵화 카드들을 가능한 한 잘게 쪼개 비핵화를 최대한 질질 끌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핵탄두·미사일 대량생산 추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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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가는 폼페이오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5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인근 앤드루스 공군 기지에서 앵커리지를 거쳐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그는 6일 평양에 도착해 1박2일 머물 예정이다. 이번이 세 번째 방북으로 평양에서 숙박하는 것은 처음이다. /AP 연합뉴스

합참 보고 내용 중 영변 핵시설이 정상 가동 중이란 부분은 지난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북한이 계속 우라늄을 농축하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보도한 미 정보 당국 및 전문가들의 평가와 일치한다. 영변에는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이 모두 있다. 이 시설이 정상 가동 중이라는 것은 북한이 핵탄두 생산을 위해 필요한 플루토늄과 고농축 우라늄 등을 계속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미 정보 당국은 영변 외의 다른 장소에서도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은 또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정상 가동 사실을 확인했다. 북한이 함경남도 신포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신규 건조하는 정황도 포착했다. 동창리 시험장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곳이다. 북한은 이곳에서 지난 2015~2017년 여러 차례에 걸쳐 ICBM인 화성-14·15형 미사일의 1단 로켓인 '백두산 엔진'을 시험해 성공했다. 이곳과 신포의 SLBM 건조장이 모두 가동 중이란 것은 북한이 '3대 핵전력' 중 전략폭격기를 제외한 나머지 두 가지인 ICBM과 SLBM의 생산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국은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과 사전 탐지가 어려운 SLBM을 모두 갖게 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 왔다. 이를 의식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철산' 시설을 폐기하겠다"고 제안을 했다. 이는 트럼프가 정상회담 직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고 말하는 근거가 됐다. ICBM 능력을 억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동창리 시험장을 계속 가동하는 것은 '협상 카드'로 쓰기 위해서이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6일 방북한 뒤 시험장 폐기의 구체적 방법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 능력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일 WSJ는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 후에도 함경남도 함흥의 미사일 공장 확장 공사를 계속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탄두들과 탄도로켓(미사일)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 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고 했었다. 핵·미사일 시설이 계속 가동되고 있다는 것은 이런 신년사 내용을 실행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北, 군사훈련과 난수방송도 계속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작년 3월 18일 신형 고출력 로켓 엔진의 지상 분출을 시험하는 모습.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작년 3월 18일 신형 고출력 로켓 엔진의 지상 분출을 시험하는 모습. /조선중앙TV
북한은 지난 1일부터 올 하계 군사훈련을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군의 경우 한·미 연합훈련인 UFG(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무기 연기키로 한 데 이어 단독 지휘소 훈련인 태극연습도 지난 6월에서 다음 달로 연기한 상태다. 남파 간첩에게 지령을 전달하기 위한 난수방송도 북한은 계속하고 있다. 한·미는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을 믿고 대북 조치를 줄줄이 했지만,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외에 아무것도 멈추지 않은 것이다.

김정은이 그동안 말한 대로 행한 조치는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였다. 하지만 이것이 영구 폐기였는지 의문이 제기됐고, 진정한 '핵 포기' 조치인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6/201807060027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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