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6일(한국 시각) 방북을 앞두고 미·북 양국 태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올 오어 낫싱)’식의 강경한 접근을 버리고 판을 깨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완전한 비핵화 전 한국전쟁의 종전선언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은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대신 ‘미국통’인 리용호 외무상을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회담 상대로 내세우는 등 강경한 군부 출신 관료 대신 외교 라인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세번째 평양행 결과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의지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그는 앞서 4월 1일, 5월 9일 두 차례의 당일치기 방북한 것과 다르게 이번엔 평양에 1박2일 동안 머문다. 리용호와의 회담이 잘 성사되면, 오는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뉴욕행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실패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게 또 속았다’는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 국무장관은 3월 말~4월 초 북한을 첫 방문해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는 6일 세번쨰 방북할 예정이다. /백악관

미국 CNN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북한으로 향한다”고 보도했다.

◇ 美 양자택일 ‘올 오어 낫싱’식 강경 입장 버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에 유연하게 접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의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올 오어 낫싱)’식의 강경한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현실적 접근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 시간) “북핵을 제거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고 전했다. 최근 핵무기 은폐 의혹 등 북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꼬리를 내리고 모습이다.

로이터는 아직 북한 비핵화 관련 용어가 정리되지 않은 점으로 볼 때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 실질적인 진전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1일 판문점에서 열린 미·북 실무회담에서도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용어를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북한 측은 패전국이나 쓸 법한 ‘항복문서’라며 ‘CVID’에 극도로 거부감을 보여왔다.

이후 국무부가 비핵화의 목표를 ‘CVID’ 대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로 재정립한 것도 미국 입장 변화의 일환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 신안보센터(CNAS) 아시아태평양 안보소장은 “김정은은 생각보다 흔쾌히 일부 핵 프로그램을 해체할 수도 있다”며 “이를 위해 (북한을 자극하는) 일부 용어를 쓰지 않는 것도 합의를 도출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1일 ‘핵 등 대량파괴무기(WMD)와 미사일 1년내 폐기’ 시한을 제시하며 대북 압박에 나선 반면, 협상대표인 폼페이오 장관이 이끄는 국무부는 3일 구체적 시간표 제시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북한을 공개적으로 압박하지 않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으로 읽힐 수 있다.

◇ 폼페이오, 비핵화 전 종전선언 제안할 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되기 전에 한국전쟁의 종전선언부터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4일 “당초 미 정부는 북한의 CVID가 실현되면 1953년 맺은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전환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할 방침이었다”며 “북한에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행동을 촉구하고 비핵화 달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게 종전선언뿐이라고 미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종전선언은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체제보장의 한 방법이다. 도쿄신문은 종전선언 불발이 중국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이 다롄에서 2차 정상회담을 열었을 당시 시 주석이 종전선언에 중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김 위원장에게 강조했고 미북 회담을 앞두고 여러 차례 김 위원장 측에 종전선언 보류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도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을 김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선언만으로 북한이 얻을 실리가 없다는 판단이었다고 아사히는 설명했다.

◇ 北 김영철에서 리영호로 협상라인 교체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파트너로 군부 출신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대신 대미통인 리용호 외무상을 내세울 것이라고 미국의 시사주간지 ‘더 네이션’이 4일 보도했다. 정보기관 관리 대신 외교관을 중심으로 비핵화 협상을 벌이겠다는 의미다. 김정은의 ‘외교책사’로 불리는 리용호는 북한의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도 배석했다.

북한의 이러한 변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군부 강경파를 의식한 행동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문재인 대통령과 ‘도보다리 회담’ 등 남북, 미북 접촉에서 수차례 군부 강경파에 대한 답답 함과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군부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미국의 대북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3일 뉴스맥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군에서 일어나는 일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이 많다”며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5/20180705015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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