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에도 함흥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의 대규모 확장 공사를 지속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연구소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던 지난해 8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문해 탄도미사일용 엔진의 생산을 독려한 곳으로 알려져,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향이 없다는 걸 반증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일(현지 시각)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산하 비확산연구센터는 최근 위성 사진을 분석해 함흥 연구소의 외부 공사 작업이 지난달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을 무렵 거의 마무리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센터 측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새 건물이 이때 생겼다며, 대부분의 공사가 5~6월에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8월 함흥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현지지도하며 새 화학재료를 살펴보고 있다. / 조선중앙통신

함흥 연구소는 고체연료 엔진 등 탄도미사일 제작에 필요한 각종 소재들을 연구·개발·생산하는 곳이다. 미국 본토 공격용 장거리 미사일 탄두에 사용되는 대기권 재진입체도 이곳에서 만든다.

특히 고체연료 엔진은 액체연료 엔진보다 연료 주입시간이 짧아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북한이 주목하고 있는 소재다. 북한이 2016~2017년 시험 발사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1형’과 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2형’에도 탑재됐다. 북극성 시리즈를 포함해 북한이 보유한 고체연료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약 1300km로, 일본과 한국에 주둔한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WSJ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이어가는 동시에 무기 프로그램 개발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위성 사진을 판독한 데이비드 쉬멀러 연구원도 “김정은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하는 것 같다”고 했다.

비확산연구센터는 북한이 이밖에도 인근에 미사일 생산시설 두 곳을 더 가동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쉬멀러 연구원은 “함흥 연구소 인근의 한 시설에 새 통행로가 생겼고 근처의 다른 시설에서는 해체 작업이 완료됐다”며 “확장을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2/20180702013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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