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진지 등 100여곳 공사 보류
"군축으로 전방부대 후방 이전땐 철거비 등 이중 부담… 예산 낭비"
 

군 당국이 비무장지대(DMZ)로부터 5~10여㎞ 이내 남쪽에 있는 90~100여개 군부대 시설 신축 공사 사업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대로 남북 양측의 '단계적 군축'에 대비해 최전방 부대를 뒤로 물리는 것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와 재래식 군사력 위협 감소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만 섣부른 조치에 나섰다가 유사시 방위 태세를 약화시키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1일 "우리 군의 작전 개념상 최전방 지역 내에 있는 90~100여개 부대에서 올해 계획돼 있거나 내년 예산에 반영된 시설 신축 공사 일정을 잠정 보류했다"고 했다.

국방부도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국방부는 최근 안보 상황 변화에 따라 군사 시설 건립 방향에 대해 현재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며 "국방 예산의 낭비를 선제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일부 전방부대를 대상으로 미착공 상태인 신축 사업에 한해 잠정 보류 중"이라고 밝혔다.

신축 공사 계획이 보류된 부대들은 최전방인 FEBA(Forward Edge of Battle Area·전투지역전단) 알파(A) 지역에 있는 것들로 알려졌다. FEBA는 유사시 우리 군의 단계적인 방어선으로 위쪽에서부터 알파, 브라보(B), 찰리(C), 델타(D)로 나뉜다. FEBA 알파는 DMZ에서 5~10여㎞ 떨어진 곳으로 민간인 통제선 내 지역이다. 보통 DMZ 철책선 경계부대와 수색대대, 포병대대, 정보부대 등이 배치돼 있다. 보류된 신축 예정 시설은 병영생활관(내무반)이 대부분이고, 일부 K-9 자주포 등 포병 진지 개선 작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시설들은 보류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최전방 부대 신축 공사를 보류한 이유로 "남북 관계가 급격히 개선됐고, 군축이 진전돼 최전방 부대의 후방 배치가 이뤄지면 군사 시설의 철거도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현재 계획된 일정대로 신축 공사를 진행하면 나중에 철거할 때 비용이 2중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예산 낭비를 막자는 취지에서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군사적 신뢰 구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측만 성급한 조치를 하면 안보에 구멍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보통 단계적 군축(군비 통제)은 군사적 신뢰 구축→운용적 군비 통제→구조적 군비 통제 순으로 진행된다. 지금 남북은 그 첫 단추인 군사적 신뢰 구축을 조금씩 만들어가는 단계다.

운용적 군비 통제는 DMZ 내 GP(감시 소초) 공동 철수, 북한이 최근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장사정포 후방 배치 등이 해당된다. 이 단계가 실현돼야 병력 감축 및 최전방 부대의 후방 배치, 무기 감축 등 구조적인 군비 통제가 이행될 수 있다. 최전방 부대 후방 배치는 마지막 단계에야 실현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평양이 DMZ에서 180㎞ 떨어져 있는 반면 우리 수도권은 60여㎞ 거리에 불과하다는 점도 최전방 부대 후방 배치의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최전방 부대 후방 배치로 방어선이 지금보다 5~10㎞ 남쪽으로 남하하면 유사시 파주가 최일선 방어선이 돼 우리 수도권 방어에 심각한 허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 남북 군사 당국의 협의 추이를 봐가면서 합참, 육군 등 관련 기관과 논의를 거쳐 어떤 시설들에 대해 선별적으로 공사를 진행할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7/02/20180702003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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