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송환 등 카드로 쓰며 비핵화 협상 타이밍 조절… 폼페이오 방북때 '선물'로 쓸 듯
 

미국이 6·25전쟁 중 사망·실종된 미군 유해 송환을 위해 판문점에 보낸 운송함을 북한이 6일이 지나도록 수령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내세워 온 유해 송환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주한 미군에 따르면 미측은 유해 송환팀의 방북 협의 결과에 따라 지난 23일 나무로 된 임시 운송함 100여 개를 판문점에 보냈다. 미군은 24일까지 북한이 이를 넘겨받아 송환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측은 28일까지 특별한 이유 없이 운송함을 수령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때까지 기다리는 것 같다"며 "유해 송환을 방북 선물로 안겨주는 대신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의 이행은 늦추려는 것"이라고 했다. 외교가 일각에선 "북한이 금전적 대가를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 국방부는 1990년대 미군 유해 발굴 사업(229구)을 위해 북한에 2800만달러(약 315억원)를 지급했다.

북한이 유해 송환 등을 카드로 쓰며 비핵화 협상의 타이밍을 조절하고 있는 것과 관련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시간이 자기편이란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북한이 폼페이오 방북 일정 등을 정하면 미국은 그 시간표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지만, 종신 집권이 가능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부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국내 정치에 활용할 최소한의 명분만 제공하고 그 대가로 제재 해제와 같은 실리를 챙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중국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이 같은 계산을 굳힌것으로 보인다. 1~3차 방중을 거치며 북·중 관계에 관한 김정은의 표현은 '새로운 높이로 강화·발전'(1차)→'중국 동지들과 굳게 손잡고 나갈 것'(2차)→'한 참모부, 한 가족'으로 계속 격상됐다. 최근 북 한이 미국이 주장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비핵화 지연술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8일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평가하는 기사에서 '새로운 조(북)·미 관계'(1항)와 '항구적 평화체제'(2항)만 언급하고 '한반도 비핵화'(3항)는 거론하지도 않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9/201806290030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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