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北비핵화 입장 갈수록 후퇴… 트럼프도 "많은 시간 필요하다"
비핵화 CVID 원칙도 사라지고 미북 고위급 후속 일정도 안갯속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웨스트컬럼비아에서 열린 정치집회에서 "(북한 비핵화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날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로이터 통신 등에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미국의 구상을 담은 구체적 요구 사항과 구체적 시간표를 북한에 제시하겠다"고 말한 것을 뒤집는 발언이다. 데이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도 "국방부는 구체적인 시간표가 없는 북한과의 외교적인 접근을 지지한다"고 했다. 당초 '초단기 일괄 타결'을 원했던 미국의 입장이 '시한이 없다'는 데까지 뒷걸음질한 셈이다.

◇6개월→2년→시한 없다

폼페이오는 이날 "2개월이든 6개월이든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북 사이에 40년간 긴장 관계가 이어졌고, 현시점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3일 폼페이오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 1월까지 2년~2년 반 이내에 북한이 주요한 비핵화 조치를 달성하기를 바란다"고 했었다. 약 열흘 만에 입장이 눈에 띄게 바뀐 것이다.

'2년~2년 반'이란 시한도 당초 입장보다는 후퇴한 것이다. 4~5월쯤까지 미국은 '6개월~1년' 정도의 초단기간 내 비핵화 달성을 목표로 했다. 지난달 22일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 "아주 짧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일괄 타결"이라고 했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 관계자들이 "6개월 안에 북한이 핵무기 일부를 넘기고 관련 시설을 폐쇄하며 사찰을 허용하는 스케줄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해왔다고 보도했다. 4월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는 주요 조치가 빨리 이뤄지는 '빅뱅' 방식을 선호한다"고도 했었다.

하지만 북한이 시한 설정을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미국의 입장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뒤 "천천히 갈 수 있다"고 했다. 이후 미국의 비핵화 시한은 '6개월→2년→없다'로 후퇴한 것이다.

◇'CVID+α'도 흐지부지

비핵화의 원칙도 갈수록 흐지부지되고 있다. 지난달 16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강조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화학무기 등도 폐기 대상이라고 했다. 트럼프도 지난달 22일 "우리가 원하는 '특정 조건'을 얻어내지 못하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특정 조건은 CVID를 뜻한다"고 했다. 당시 미국은 인권 문제도 제기할 뜻을 내비쳤다.

'CVID+α'였던 미국의 요구 사항은 미·북 정상회담 직전 'CVID'로 집중됐다. 폼페이오는 미·북 정상회담 전날인 11일까지도 "CVID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V(검증 가능)와 I(불가역적)가 빠지고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란 말만 들어갔다. 정상회담 다음 날인 13일 한국에 온 폼페이오는 "'완전한'이란 말 속에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이란 의미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

◇후속 협상 일정도 불투명

당장 시작될 것 같던 미·북 간 후속 고위급 회담도 지지부진하다. 미·북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갖도록 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지난 13일 폼페이오도 "다음 주 언젠가에는 협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16일 "북한에 있는 내 사람들과 통화할 것"이라며 북한에 미국 협상팀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폼페이오도 18일 "실무팀이 이미 업무에 착수했다"며 "나도 너무 늦기 전에 북한에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후속 고위급 회담은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협상팀이 북한에 간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비핵화 후속 협상에 가시적 진전이 없다"며 "아직 북한이 '후속 조치의 방향'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7/20180627003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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