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종전 선언을 보류하도록 촉구했다고 도쿄신문이 25일 보도했다. 중국은 미·북 정상회담 개최와 북한 비핵화, 종전선언 과정 등에서 중국이 배제되는 ‘차이나 패싱’에 불편한 기색을 보여왔다.

도쿄신문은 북·중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시 주석이 지난 5월 초 중국 다롄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을 만나 6월 12일 열리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보류해달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5월 8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3월에 이어 2차 북·중 정상회담을 하며 산책하고 있다. /신화통신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은 다롄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에게 미·북 정상들끼리 종전선언을 하는 데 난색을 표하며, 북한과 함께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중국은 이런 입장을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때까지 북한에 거듭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말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며, 휴전 협정을 체결한 당사국으로서 합당한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도 미·북 정상회담이 끝나기 직전 “종전선언 서명에는 중국의 참여가 필수”라고 보도했다.

미·북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 합의에 서명할 수 있다고 밝혀 종전 선언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두 정상이 정상회담 후 서명한 공동 합의문엔 종전이 언급되지 않았다.

소식통은 시 주석이 다롄 회담에서 김정은에게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을 미국에 요구하도록 했다고도 했다.

한·미 국방부는 최근 미·북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한·미 연합 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중단을 결정한 데 이어 한·미 해병대 연합 훈련(KMEP)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도쿄신문은 “미·북 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종전선언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에 앞서 북한에 먼저 양보하기를 꺼렸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았다”며 “그러나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종전선언 보류를 촉구한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미·북 정상 회담에 중국의 의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도쿄신문은 “한국전쟁 당사국인 중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중대한 결정에서 영향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 양 대국이 북한과 한반도 정세를 놓고 주도권을 다투는 구도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복잡한 이해가 비핵화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5/20180625007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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