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3차 訪中]
시진핑 "中北은 천하무적" 화답, 새 용어 써가며 新밀월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중을 "한집안 식구"라고 표현하면서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또 북·중 관계를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끌어들여 미국과의 비핵화 담판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중국과 대북 제재 해제를 겨냥한 딜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金 "한 참모부" 習 "불패·무적"

김정은의 '한 참모부' 언급은 19일 정상회담 이후 열린 환영 연회에서 나왔다. 시진핑의 축하 연설이 끝난 뒤 연단에 오른 김정은은 답사를 통해 "사회주의를 수호하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역사적인 여정에서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선 노동당을 '혁명의 참모부'라고 부른다. 북한 소식통은 "김정은의 언급은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이 한 몸처럼 움직이자는 얘기"라며 "당대당(黨對黨) 교류·협력을 심화해 한·미 동맹 수준의 북·중 관계를 구축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에 맞서 '북·중 혈맹'을 강조하면서 군사·안보 전략도 함께 짜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또 "오늘 조·중이 한집안 식구처럼 고락을 같이하며 진심으로 도와주고 협력하는 모습은 조·중 두 당, 두 나라 관계가 전통적인 관계를 초월하여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내외에 뚜렷이 과시하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20일 시진핑과의 오찬에서도 "조·중은 한 가족처럼 친밀하다"고 했다. 1~3차 방중을 거치며 북·중 관계에 관한 김정은의 표현이 '새로운 높이로 강화·발전'(1차)→'중국 동지들과 굳게 손잡고 나갈 것'(2차)→'한 참모부, 한 가족'으로 격상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은 19일 연회 연설에서 김정은의 이번 방중에 대해 "중·조 두 당과 두 나라 관계의 불패성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불패성'을 '(천하)무적'을 뜻하는 'invincibility'로 번역했다. '(천하)무적'은 한·미 관계가 최상임을 나타낼 때 종종 쓰이는 표현이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 동맹을 의식한 흔적이 엿보인다"고 했다.

김정은과 시진핑은 밀월 관계를 과시하면서 '싱가포르 미·북 회담' 이후 철저한 공조를 펼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과 평화 체제 논의 과정에서 북·중의 '팀플레이'가 본격화할 것이란 얘기다. 이날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조·미 수뇌 상봉 결과와 그에 대한 평가와 견해·입장이 상호 통보되고, 조선반도 비핵화 해결 전망을 비롯한 문제들에 관하여 유익한 의견 교환이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시진핑은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조선 측의 입장과 결심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개혁·개방에 대해선 이견

북·중이 모두 의견 일치를 본 것은 아니다. 시진핑은 "올해는 중국 개혁·개방 40주년이다. 중국 인민은 세계를 바라보고 과감하게 자아 혁명과 자아 혁신을 하며 중국 형편에 맞는 발전 노선을 찾았다"며 "우리는 조선이 자기 사정에 맞는 발전 노선을 걷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2010년 5월 김정일의 방중 때와 비슷하다. 당시 원자바오 총리는 김정일에게 "중국의 개혁·개방 경험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지만, 북한 매체들은 이를 쏙 빼고 보도했다. 북한 소식통은 "당시 김정일은 원자바오 말에 매우 불쾌해하며 일정을 앞당겨 평양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이후 두 차례 방중에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됐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북한은 개혁·개방이란 말만 나와도 진저리를 친다"며 "김씨 일가의 세습 독재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21/201806210036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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