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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웅] 김정은 위원장과 '저팔계 외교'
조선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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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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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웅·주말뉴스부장
어수웅·주말뉴스부장

국내외 많은 외교 전문가는 이번 미·북 정상회담의 승리자가 김정은 위원장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합니다. 주지하다시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표현도, 비핵화 일정조차도 합의문에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안 하겠다고 했고, 북한의 체제 보장을 약속했죠.

북한의 외교정책을 '저팔계 외교'로도 명명합니다. 타국의 멸칭이 아닙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를 보면 김정일 위원장이 스스로 규정한 실리 외교죠. '저팔계처럼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을 하면서 어딜 가나 얻어먹을 것은 다 챙기는 외교'랍니다.

이런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손잡았던 2000년 6·15 남북 공동 선언. 이 해빙기 시절 유럽 국가들이 북한과의 수교 방침을 천명했죠. 그중 벨기에가 이렇게 제안했습니다. 관계는 설정하되 한국 주재 대사가 북한 대사를 겸임하는 것에 동의해 달라. 태 공사를 포함한 북한 협상단은 모욕이라 생각하고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답니다. 본국 보고에서도 당연히 칭찬받을 줄 알았다죠.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강석주 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크게 화를 냈답니다. "부시가 당선되어 앞으로 강경 정책이 예견되는데, 유럽과 빨리 외교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서울 대사를 보내든 베이징 대사를 보내든 그게 무슨 큰 문제인가."

강석주 단장은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떠올렸지만 입 밖에 옮길 수는 없었다죠. "서울에 상주하는 대사를 평양에 보내겠다는 것은 서울을 중앙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므로 관계를 단절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이번 싱가포르에서도 북한의 '저팔계 외교'를 봅니다. 솔직한 척, 어리석은 척, 억울한 척, 미련한 척하면서 실리는 모두 챙기는. 하지만 아십니까. 저팔계의 이름이 왜 팔계(八戒)인지. 불문에 입문하는 그날부터 살생, 절도, 간음, 망언, 음주를 비롯한 여덟 계율을 모두 깨버린 사내. 부디 이번만은 그런 별호(別號)가 현실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5/20180615016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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