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의료계에서도 남북 교류와 통일을 대비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통일보건의료학회과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은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암병원에서 ‘보건의료현장에서 남·북한 사람들의 상호이해와 소통’이라는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남한 보건의료인과 북한 이탈주민의 이해와 소통을 위한 진료실 이용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전날 국립중앙의료원에서도 공공보건의료연구소 제6차 심포지엄 ‘남북한이 하나의 건강 공동체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북한이탈주민의 건강관리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한 바 있다.

남북 의료 교류는 2000년대 초 잠시 활발했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얼어붙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바뀌면서 의료계에서도 변화를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김신곤(왼쪽) 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이사와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조선DB
▲ 김신곤(왼쪽) 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이사와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조선DB

통일보건의료학회는 우리나라에 거주 중인 3만2000명의 북한이탈주민을 통해 보건의료영역에서의 남북 간 소통과 교류를 대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실제 남북하나재단이 작년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정착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남한 적응을 위해 필요한 분야로 의료지원(17.9%)이 취·창업지원(24.6%)에 이은 2순위로 꼽혔다.

남북 간 의료 차이는 의료진과 북한이탈주민 간의 소통과 진료 상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해온 이혜원 서울의료원 공공의료팀 과장은 “북한의 보건의료체계는 우리와 상당히 다르다”며 “2차의료기관격에 해당하는 북한 인민병원에서도 사실상 첨단 진단·의료 장비가 많지 않아 촉진·문진이 환자 진료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고려의학(한의학)이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진료실 내에서 사용하는 용어, 북한이탈주민의 질병·증상에 대한 시각 등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며 “남북 보건의료 교류를 대비하는 데 앞서 진료 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학회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북한 환자들은 진료를 받으면서 자신의 증상을 강하게 호소·과장하는 경향을 보이고, 약을 과다·복용하는 문제, 금연과 절주·비만에 대한 인식 및 실천이 부족한 문제 등이 드러났다.

북한의 경우 장비를 이용한 객관적 검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의 호소가 질환의 진단과 심각성 판단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증상이 심하다고 해야 질병으로 인정받고 치료와 약물을 우선으로 받을 수 있는 실정이라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또 약효에 대한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면서 환자가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기준치보다 과복용하는 경향도 보인다.

북한의 질병 및 건강관리에 대한 인식 부족을 가늠할 수 있는 증언도 잇따랐다.

학회 내 연구 조사에 참여한 한 북한이탈주민지원가는 “북한에서는 뚱뚱한 사람은 사회적 직위가 있다고 생각을 해서 통행증을 안내도 통과시키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또다른 대북지원가는 “김정일이 이야기했던 3대 바보가 ‘외국어 못하는 사람’, ‘컴퓨터 못하는 사람’, ‘아직도 담배 피우는 사람’으로 대대적인 캠페인을 한번 했었는데 별 실효성을 못 거뒀다”고 말했다.

통일보건의료학회는 이러한 실정을 분석해 북한이탈주민과 진료하는 의료인 간의 소통을 위한 10대 지침을 마련했다.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은 “한반도 정치 상황이 70년만에 새로운 전개가 이뤄지고 있다”며 “다가올 한반도 건강 공동체를 준비하는데 있어 남한 의료인이 미리 온 통일인 북한이탈주민의 진료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해 남북보건의료 교류를 위한 상호 이해와 소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 이사장은 “남북교류협력 과정에서 보건의료분야가 우선돼야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보건의료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없다”며 “이를 사전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도 남북하나재단과 함께 상호 협력해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통일보건의료학회가 개발·제시한 진료실 10대 가이드라인이다.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의료기관 이용 10대 가이드라인]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읍시다.
△올바른 건강습관을 유지합시다.
△몸이 아픈 것은 삶의 여건이나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마음이 아프면 몸에 병이 없어도 몸이 아플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가 빠르고 확실한 치료를 이끌어 냅니다.
△신뢰할 수 있는 같은 의사에게 꾸준히 치료를 받은 것이 좋은 치료 결과를 이끕니다.
△증상이 바로 없어지지 않는다고 치료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약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보약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됩니다.
△의료 이용 정보에 대해 확인해 보세요.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 보건의료인을 위한 10대 가이드라인]

△북한이탈주민은 증상의 정도로 질환의 경중을 판단하곤 합니다.
△신체의 증상이 심리적 어려움과 관련있는지 확인해주세요.
△삶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증상 호소 표현을 잘 이해해주세요.
△꼼꼼한 문진과 신체검사(P/E)를 해주세요.
△의사-환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치료 과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올바른 생활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주세요.
△약의 효능과 효과발현 시점 등을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약물 오남용 및 과용 위험성을 설명해주세요.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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