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인 번복 G7 성명...미⋅중 겨냥 무역보호주의⋅기술이전 강요 모두 반대
중국 未가입 파리클럽 신흥 채권국 포함 지지...일대일로 부채 리스크 간접 경고 성격
시진핑 5조 1000억원 규모 SCO 전용대출 약속...모디 인도 총리 일대일로 지지 표명 거부
 
트럼프 빠진 G7확대 정상회의. 9일 캐나다에서 G7정상들이 확대 정상회의 참석 정상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을 번복한 지난 9일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성명과 10일 폐막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채택한 칭다오선언 등에는 공통점이 있다.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8, 9일 열린 G7정상회의가 채택한 성명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무역체제의 역할과 세계무역기구(WTO)와 일치하는 양자⋅지역⋅다자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무역보호주의와 계속 싸우겠다”고 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칭다오에서 9, 10일 열린 SCO 정상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8개 회원국 정상들이 세계무역기구(WTO)규칙의 권위와 유효성을 지키고 어떤 형식의 무역보호주의도 반대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은 칭다오선언에 그대로 담겼다.

미국의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수입 관세 확대에 반발하는 G7 내 나머지 국가들과 중국이 손잡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던진 듯이 보인다. 물론 미묘한 차이도 있다. 중국은 WTO를 개방 포용 투명을 부단히 공고히해온 규칙에 기반한 다자무역체제라며 현재의 체제를 긍정하는 분위기인 반면, G7성명은 더 공정하도록 최대한 빨리 WTO를 현대화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WTO체제의 문제를 지적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더 다가서 있다.

중국 언론들은 G7의 분열과 SCO의 단결을 대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며 그 원인을 미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 “G7(주요 7개국)정상회의엔 원망과 무기력이 가득했지만 SCO(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는 개방 포용 활력을 보여줬다“ (환구시보) 가 대표적이다.

18년째 열린 SCO정상회의는 이란 몽골 터키 스리랑카 등 10개 비회원국도 옵저버와 대화 파트너 등으로 참여해 ‘세(勢)’를 과시했다. 특히 SCO정상회의가 채택한 칭다오선언은 회원국들이 상품 자본 서비스 기술의 자유유통을 점진적으로 실현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회원국 지도자들이 무역 편리화 공동성명을 통과시켰다고 확인했다. 또 자국 통화를 무역과 투자에 사용하는 것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달러 기축통화를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G7성명 곳곳에는 사실상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가 야기하는 개도국의 부채리스크를 겨냥한 경고와 미중 무역협상에서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향해 공격한 내용들도 담겨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성명 승인을 번복한 게 성명 내용 자체에 대한 불만보다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폐막 기자회견에서 자신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한데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 대표단에 성명을 승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힌데 이어 트뤼도 총리가 ‘매우 정직하지 않고 나약하다’(very dishonest & weak)고 까지 쓰면서 공개 모욕까지 주는 외교적 결례까지 범했다.

♢G7, 중국에 일대일로 채무조정 시스템 만들라고 압박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중국, 러시아 주도 지역 안보경제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앞서 8개 회원국 정상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G7 성명은 “저소득국가의 부채상승을 감안, 저소득 채무국 뿐 아니라 신흥 채권국과 민간 채권자들의 더 높은 부채 투명성을 요구한다”며 “신흥 채권자들을 포함시키려는 파리클럽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적시했다. 미국 한국 등 파리클럽에 속한 22개국은 채무국이 공적 채무를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없으면 채무를 재조정해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중국은 파리클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성명의 부채 투명성과 파리클럽 회원국 확대 언급은 일대일로가 일부 독재국가의 부패 관료의 배만 불리는 창구가 된다는 지적과 부채위기국이 늘고 있다는 경고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15년만에 말레이시아 1인자로 복귀한 마이티르 모하메드 신임 총리는 일대일로 사업인 동부해안철도(ECRL·총사업비 15조원)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했고, 전임 나집 라작 전임 말레이 총리의 부패문제와 일대일로와의 연계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당시 라작 총리가 국영투자기업 1MDB의 천문학적 부채와 자금유용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1MDB 자산을 매입해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마하티르는 ECRL 시공은 중국교통건설이 맡고, 사업비 85%는 중국수출입은행이 빌려주기로 한 점을 들어 “우리가 중국에서 돈을 빌려 건설비를 대고, 그 건설 비용이 중국업자들에게 지급되는 이상한 계약”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3월 국제개발원조 전문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에 따르면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해까지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 등 68개국에 지원했으며 이 중 23개국은 중국에서 빌린 자금이 많아 ‘상당히 높은 수준’의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동아프리카의 지부티, 아시아의 파키스탄·라오스·몽골·몰디브·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유럽의 몬테네그로 등 8개국은 부채 위기 가능성 국가로 분류됐다.

하지만 중국은 차이나머니를 동원한 일대일로 건설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10일 SCO정상회의에서 중국이 SCO 은행연합체 틀내에서 300억위안(약 5조 1000억원)에 상당하는 전용 대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선언했다.

칭다오에 SCO 지방 경제협력 시범구를 조성한다고 밝힌 시 주석은 SCO 정상회의 폐막후 기자회견에서 회원국들이 일대일로 건설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상하이 정신과 일대일로 정신의 연계라는 중국 언론의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SCO 새 회원국으로 파키스탄과 함께 정상회의에서 처음 참석한 인도는 일대일로 지지에 대한 공개 표명을 거부하고 있다.

SCO 정상들이 채택한 칭다오선언에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타지크스탄등이 중국이 제창한 일대일로를 다시 한번 지지한다고 했지만 인도는 회원국중 유일하게 빠져있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시 주석의 SCO 회원국 지도자와의 회담 내용에도 일대일로 협력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지만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회담에만 일대일로 언급이 없다.

모디 총리는 지난 4월 중국 우한(武漢)을 비공식 방문해 시 주석과 회담을 가진 데 이어 또 다시 42일만에 중국을 찾고, 시 주석에게 내년 인도 비공식 방문을 초청했지만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에 치우치지 않는 등거리 외교를 보여준다.

♢중국 겨냥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강요된 기술이전 억제”
 
캐나다에 모인 G7정상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 앉아있는 실무회의 모습의 이 사진이 분열된 G7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르켈 인스타그램 연합뉴스

G7성명은 트럼프 정부가 미중 무역협상에서 공정한 경기장을 강조할 때의 요구사항들을 그대로 담았다.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 그리고 강요된 기술이전이나 사이버절도 같은 부적절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해결해야한다”는 게 그것이다.

성명은 이어 “올해안에 시장을 왜곡하는 산업보조금과 국유기업에 의한 무역왜곡 행위에 대한 국제규칙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한 협상 개시를 요구한다”고 적시했다. 지난 달 31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대표가 일본 유럽연합(EU)통상 대표와 프랑스 파리에서 만나 합의한 공동성명과 유사하다.

EU는 특히 이달 1일 중국 정부의 기술 이전 및 양도 조치가 무역관련 지재권 협정 등 WTO 관련 규정에 어긋난다며 WTO 분쟁 해결절차에 돌입했다. 미국은 지난 3월 같은 이슈로 중국을 WTO에 제소했다.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중국 제조 2025’을 기술 도둑질과 정부의 불공정 개입 수단이라고 지목해온 미국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지재권 보호 조항 삽입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G7회원국들도 미국과 비슷한 입장에 서있다는 지적이다.

성명은 또 철강 과잉생산 글로벌 포럼 참가국들이 권고 사항을 즉시 완전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알루미늄과 첨단기술 같은 다른 분야에서 과잉생산을 피하기 위한 필요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적었다. 중국은 철강과 알루미늄은 물론 풍력 태양광 로봇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정부 보조금 탓에 과잉공급을 주도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중국 겨냥 남중국해 비군사화 촉구...러시아 추가제재 시사, 트럼프의 푸틴 러브콜과 배치

G7성명은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해체를 촉구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더 많은 게 이뤄져야한다며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하도록 하기 위해 모든 나라들이 강한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북한과 함께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 해법을 주장해온 중국보다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한 것이다.

성명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의 상황에 우려를 유지하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안정과 국제적인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해칠 수 있는 어떤 일방적인 행위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게 모두에게 분쟁지역의 비군사화를 추구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화에 우려를 표명해온 미국 편에 선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군사기지 건설은 괌이나 하와이 시설 수준보다 못하고, 자국 영토안에서 진행되는 주권행위라고 반박하면서 되레 미국이 남중국해를 군사화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G7성명은 러시아가 G8로 복귀하는 게 긍정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이 무색하게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성명은 러시아에 국제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책임과 함께 의무를 다 하라고 촉구했다. 1975년 시작한 G7정상회의는 1997년 러시아의 가입으로 G8 정상회의로 확대됐지만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G7 정상회의로 다시 돌아갔다.

성명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의 강한 이행을 거듭 확인하고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한다고 확인했다. 이 대목에서 미국을 뺀 모든 G7 회원국 이름과 유럽연합(EU)을 일일히 거론했다. 플라스틱이 해양환경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해양플라스틱헌장을 승인한다고 확인하면서 내건 국가명에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빠진 G7 회원국 5개국 이름이 올랐다.

중국 주도 SCO에 가입한 인도가 일대일로 지지표명을 계속 거부하고, G7정상회의를 주도해온 미국이 나머지 회원국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모습은 소속 국제기구의 지향 가치보다 자국의 실익에 우선 순위를 두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0/2018061001633.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