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정상회담 D-1]
"북한을 위대한 나라로 만들고 싶지 않나" 회유하면서 "美의회서 통과될 수 있는 합의만 하겠다" CVID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오후 싱가포르에 도착한 직후 미·북 정상회담 전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주 좋다(very good)"라고 짧게 답했다. 별도의 도착 성명이나 메시지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무장관 등과 악수를 한 뒤 '비스트'(야수)란 별명이 붙은 전용 리무진 차량 '캐딜락 원'에 올라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 에어포스 원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린 캐나다 퀘벡주에서 대서양 쪽으로 횡단해 이날 오후 8시 22분(현지 시각, 한국 시각 오후 9시 22분) 싱가포르 파야 레바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도착 직후에는 말을 아꼈지만, 앞서 캐나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를 결단하라'는 확실한 압박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정상회담이 김정은에게 "다시 오지 않을 단 한 번의 기회(one-time shot)"라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싱가포르에 도착해 전용 차량‘캐딜락 원’을 타고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들어가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싱가포르에 도착해 전용 차량‘캐딜락 원’을 타고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로 들어가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그는 이날 전용기‘에어포스 원’을 타고 싱가포르 파야 레바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별도의 성명 발표 없이 숙소로 이동했다. /연합뉴스

그는 G7 정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을 향해 "북한을 위대한 나라로 만들고 싶지 않으냐"고 했다. 마치 자신이 선거 구호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세운 것처럼, 김정은에게도 부흥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그의 국민과 자신, 가족을 위해 매우 긍정적인 일을 하리라고 진실로 믿는다"며 "그(김정은)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 나라를 진정으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은 단 한 번의 기회"라고 했다. 그는 또 "북한은 아주 짧은 기간에 굉장한 곳이 될 것"이라며 "북한은 진정으로 미국과 함께 잘해 왔고, 지금까지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싱가포르행 비행 도중에도 트위터에 "(김정은이) 이번 한 번(one-time)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든다"며 "분명 흥미진진한 날이 될 것이고, 김정은도 과거에는 없었던 것을 이루기 위해 매우 열심히 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열린 기회의 문은 이번 '단 한 번'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은 기회를 얻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매우 소수에게만 주어진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그런 기회를 다시 얻지 못할 것이고, 그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고, 김정은은 미국이 원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결단을 싱가포르에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질적 협상에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란 점도 시사했다. 그는 '비핵화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데 얼마나 걸리겠느냐'는 질문에 "얼마나 걸릴까? 아마도 처음 1분 이내일 것"이라며 "사람을 만나면 5초 안에 그 사람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도 있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나의 감, 내 느낌으로, 그게 내가 하는 것"이라며 "좋은 일이 일어날지 아닐지 매우 빨리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아니라면 내 시간도, 그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과감히 자리에서 일어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싱가포르에서 이뤄지는 합의는 미 의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CVID만이 유일한 해법이란 얘기다. 그는 지난 8일 백악관에서 "나는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는 합의만 할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처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미·북 회담을 평생 준비해왔다"며 "북한 인권 문제도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1/20180611001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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