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정상회담 D-1]
김정은 도착시간 되자 투숙객에게 "휴대전화 절대 꺼내지 말라"
엘리베이터 4기 모두 1층에 붙잡아두고 20층 VIP룸 직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보잉 747기가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한 10일 오후 2시 36분(한국 시각 3시 36분), 20㎞가량 떨어진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 로비에서는 북한 경호원들과 싱가포르 경찰, 호텔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호텔 직원들은 기자로 의심되는 사람은 누구나 로비 바깥으로 내보냈다. 소파에 앉아 있거나 리셉션 데스크 옆 카페에 있던 투숙객들에게는 "아무것도 찍으려 하지 마라"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절대 꺼내지 말라"며 주의를 줬다. 싱가포르 경찰관들과 북한 경호원 10여 명은 호텔 정문으로 들어선 김정은이 10여 발짝 걸어들어와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벤츠 리무진 차량이 10일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평양서 공수해온 벤츠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벤츠 리무진 차량이 10일 싱가포르 세인트레지스 호텔에 들어서고 있다. 김 위원장이 탄 차량은 평양에서 공수해온 것으로 특수 방탄 처리가 돼 있다. /연합뉴스
오후 3시 30분쯤 김정은을 태운 차량 행렬이 호텔 정문 앞에 진입했다. 행렬 뒤쪽에 있던 검은색 승합차 2대의 문이 열리고 검은색 정장 차림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가슴에 단 경호원 20여 명이 뛰어나왔다. 이들은 호텔 현관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이어지는 김정은의 동선을 따라 몸으로 장벽을 만들었다. 엘리베이터 4기는 북측이 모두 1층에 잡아두고 있었다. 10분 뒤 북한 카메라맨들이 뛰어들어왔고 검은색 인민복 차림의 김정은과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 VIP룸으로 추정되는 객실로 올라갔다. 당중앙위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 등이 그 뒤를 따랐다.

싱가포르 당국은 서방 국가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을 위해 철통 경호를 펼쳤다. 싱가포르 정부는 9일부터 세인트레지스 호텔을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요새화'하는 작업을 벌였다. 호텔 정문으로 통하는 차로의 양옆에는 길이 1.5m, 두께 75㎝, 높이 75㎝의 철근 콘크리트 블록을 연이어 쌓아 장벽을 설치했다. 인도에 접한 쪽에는 콘크리트 블록을 2층으로 쌓아, 인도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뛰어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진입로 입구 3곳에는 이동식 감시 카메라와 신호등, 차량 돌진 방지용 바리케이드를 갖춘 임시 검문소가 설치됐다. 택시를 비롯한 일반 차량의 호텔 접근은 금지됐고, 투숙객들을 실어 나르는 차량과 정상회담 관련 차량들은 검문소에서 검문을 받았다. 호텔 안팎에는 싱가포르의 경찰과 구르카 용병 수십 명이 배치됐다. 호텔 안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누구나 입구에 설치된 보안 검색대에서 X선 투시기와 금속 탐지기로 짐과 몸수색을 받아야 했다. 사진기와 방송용 카메라의 반입은 금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 일대에도 철근 콘크리트 장벽과 임시 검문소, 보안 검색대가 설치됐지만 김정은 숙소처럼 치밀하지는 않았다.

세인트레지스 호텔에는 특별한 시설이 하나 더 추가됐다. 호텔 정문 앞을 천장부터 바닥까지 천으로 가린 것이다. 그 바깥쪽에는 높이 1m가 넘는 화분이 연이어 설치됐다. 주위 건물 어디에서도 정문 앞에 도착한 김정은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을 볼 수 없게 했다.

북한 선발대 수십 명은 9일 오후 8시쯤 세인트레지스 호텔에 도착해 미리 호텔 내부를 점검했다. 이들은 10일에도 아침부터 싱가포르 경찰과 합동으로 호텔 내부 최종 점검을 했다.

반면 정상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이 있는 센토사섬은 이날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5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날도 별다른 검문검색을 받지 않고 섬에 들어갔다. 그러나 카펠라 호텔은 완벽히 봉쇄됐고 호텔 앞바다에는 싱가포르 군함이 정박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회담할 것으로 알려진 카펠라 호텔 2층은 창문이 모두 검은색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었다. 싱가포르 경찰은 회담이 시작되는 12일부터는 센토사섬에 입장하는 관광객들에 대해서 도 짐 검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각국에서 모인 취재진 2000여 명은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4㎞ 이상 떨어진 미디어 센터에 자리 잡았다. 오전 11시쯤 리셴룽 총리가 미디어 센터를 깜짝 방문했고 1층 식당에서는 한국 SPC그룹과 싱가포르 식품업체들이 식음료를 무료로 제공했다. 취재진 대다수는 김정은의 숙소 이동 모습을 싱가포르 방송의 중계로 지켜봤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1/201806110017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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