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 노동당 위원장이 10일 중국 비행기를 타고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북한 정상이 중·러·몽골이 아닌 제3국을 정식 방문한 것은 1984년 김일성이 열차로 소련에 이어 폴란드·동독·헝가리 등 동유럽 일대를 순방한 이후 34년 만에 처음이다. 비행기로 동남아를 찾은 건 1965년 김일성의 인도네시아 반둥 회의 10주년 참석 이후 53년 만이다. 당시 김정일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비행기를 이용해 외국에 나간 적이 없다. 김정은은 도착 직후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를 만났다. 정상국가처럼 움직인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후 북을 정상국가로 만들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왔다. 2016년 6월 김정일 '선군(先軍) 정치'의 상징이었던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정책 기관인 국무위원회를 신설해 위원장을 맡은 것이 한 사례다. 유명무실했던 정치국 회의 등을 부활시킨 것도 정상적 사회주의 체제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싱가포르 비행기 방문'은 국제 무대에서도 정상국가처럼 행동하고 그런 대우를 받겠다는 뜻일 수 있다.

하지만 장거리 비행기를 타고 제3국에 갔다고 북이 정상국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3대 세습 과정에서 고질병이 된 체제의 폭력성과 야만성을 버려야 한다. 제 고모부를 고사포로 쏴 죽이고 이복형을 외국 공항에서 화학무기로 암살한 체제다. 회의 시간에 졸았다고 사람을 고사포로 박살 내 죽인다. 북한 전 주민이 노예화돼 있고 정치범수용소에는 8만~10만명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체제를 정상국가로 여기고 교류하고 교역할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

북이 정상국가가 되려면 최우선으로 핵무기·물질·시설과 화학·세균무기를 전부 없애야 한다. 그것이 정상국가로 가겠다는 어떤 말보다 효과적으로 국제사회를 설득할 것이다. 김씨 왕조 신정(神政) 체제도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한반도 평화는 실질적으로 정착되고 북한도 번영의 길을 갈 수 있다. 싱가포르 회담이 그 첫 발걸음이 되길 소망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0/2018061002177.html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